2천억 규모, 구로구 알짜 사업장 시공권 놓고 대우건설과 ‘빅매치’
현대ENG, 자체자금 직접 대여 LTV 80% 보장 눈길
내달 29일 시공사 선정 총회 진행 예정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서울클린업시스템

알짜 입지를 자랑하는 ‘고척4지구’ 시공권을 놓고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맞붙는다. 이들은 내달 29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한 달 동안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주택정비사업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양사의 브랜드 인지도나 시공능력보다는 조합의 불안감을 달래줄 업체가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조합에 유리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주비 조건을 내건 현대엔지니어링이 우선 승기를 거머쥐는 데는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148번지 일원 고척4지구는 재개발이 완료되면 지하 4층, 지상 25층, 10개동, 총 983가구(일반분양 835가구, 임대 148가구) 규모 주거단지 및 부대 복지시설을 갖추게 된다. 공사비(예정)는 1876억5142만원 상당이다.

이곳 재개발조합은 앞서 21일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이 참여한 가운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사업장 규모가 큰 편에 속하지는 않지만 수주를 따내기 위한 양사의 줄다리기는 팽팽하다.

앞서 롯데건설을 누르고 어렵사리 장위6구역 수주권을 따낸 대우건설은 최근 정비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 작업을 예상보다 조기에 착수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좋은 성과로 기업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척4지구는 지난 3월 대우건설의 브랜드 리뉴얼 이후 두 번째로 뛰어든 사업장이다. 기존 푸르지오의 친숙함과 업그레이드한 푸르지오의 상품성을 강점으로 고척4지구 수주전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이곳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대우건설은 인근 고척파크푸르지오, 고척동 푸르지오 등과 함께 거대한 푸르지오 타운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향후 한남뉴타운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도 이곳 수주성과를 통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탄탄한 재무건선정과 파격적인 이주비 조건 등으로 정면승부한다는 전략이다. 매각 후 기업가치의 변화가 불가피한 대우건설 대비 현대엔지니어링은 우수한 신용등급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은 5년째 ‘AA-’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직접 지급보증으로 시중 최저금리로 자금을 조달, HUG의 대출 보증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절감할 수 있는 이자비용은 약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입찰제안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자체자금을 직접 대여, LTV(주택담보인정비율) 80%(기본 LTV 40%, 추가 LTV 40% 등)를 보장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다주택자와 1+1 신청 조합원 모두에게 해당한다.

대우건설은 LTV 40% 외 신용공여를 통해 추가 이주비 30%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업촉진비 150억원 대여를 통해 다주택자, 담보부족자, 세입자 등을 해결하겠다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어 경쟁입찰을 통한 시중 최저 금리조건(무이자 대여)을 항목에 넣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대우건설보다 LTV 10%p를 더 지원한다. 다주택자 등 기본이주비를 받지 못하는 조합원에게도 자체대금으로 직접 대여, 80% 수준을 보장한다. 대우건설이 제시한 추가이주비 30%는 세입자 보증금 보상 용도에 그친다. 이마저도 금융 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대출을 틀어막은 가운데 이 흐름에 역행, 신용공여를 해줄 시중 은행을 찾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이주비 조건은 조합원의 표심을 움직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앞서 정부의 8·2부동산대책으로 LTV가 종전 60%에서 40%로 줄었고 이후 9·13대책으로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출이 어려워 제때 이주를 못 하면 사업지연은 불가피하다. 장기간 사업이 늘어지면 분담금은 증가, 결국 조합원에게는 부담으로 돌아가 사업추진 의지를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양사의 입찰제안만 놓고 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대우건설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합원의 불안감이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어 이를 해소할 만한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정비사업 경험이 대우건설보다 떨어질 수 있으나 자체자금으로 직접 이주비를 대여한다는 점이 조합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며 “대우건설이 시공능력이나 풍부한 노하우 등은 앞섰으나 산업은행 매각건 등이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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