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차라리 종이 접어라” 혹평, 논란 인식 中행사 미뤄
“화웨이 따돌리고 시장 독주, 출시 연기로 인한 타격 적을 듯”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들고 있는 고동진 IM부문장. 사진=연합뉴스

디스플레이 불량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출시가 결국 미뤄졌다. 사실상 화웨이를 따돌리고 시장 독주가 가능한 시점이지만 과거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돌아가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26일 미국에서 출시 예정이었던 갤럭시 폴드에 대해 일부 미 언론에서는 기기 결함 문제를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더버지 등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갤럭시 폴드 시제품을 받아든 지 1~2일 만에 디스플레이 불량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마크 거먼 블룸버그 기자는 SNS를 통해 “갤럭시 폴드를 사용한 지 이틀 만에 액정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내부 디스플레이 반쪽이 까맣게 변한 사진을 게재했다. 조안나 스턴 WSJ 기자는 “갤럭시 폴드를 접느니 종이를 접겠다”며 제품 리뷰를 거부하는 등 혹평을 쏟아냈다.

이어 디터 본 더버지 기자는 “갤럭시 폴드 화면이 하루 만에 고장났다”며 “평소처럼 사용했는데 액정에 주름이 생기고 알 수 없는 파편이 튀어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들 논란은 대부분 갤럭시 폴드 내부 디스플레이 화면 보호 필름을 제거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해당 필름이 액정 보호용이 아닌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이라고 해명했지만 또 다른 화면 불량도 발견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23~24일 홍콩과 중국 상하이에서 예정됐던 갤럭시 폴드 언론 브리핑 행사를 연기하고 미국에서 제기된 문제와 관련해 샘플 점검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홍콩과 중국에서 행사가 언제 진행될지 예정된 날짜는 없다. 중국에서는 아직 갤럭시 폴드 출시일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문제가 된 샘플은 주말 동안 수거해서 시료 분석 작업을 했다. 작업 결과에 따라 출시일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점검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며 “다만 문제가 된 디스플레이 필름이 쉽게 뜯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마크 거먼 블룸버그 기자가 트위터에 게재한 망가진 갤럭시 폴드. 사진=마크 거먼 트위터 캡쳐

23일 삼성전자는 뉴스룸을 통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잠정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폴드는 전에 없던 모바일 카테고리를 여는 제품으로 신기술과 신소재를 적용한 새로운 폼 팩터 기기다”며 “초기 리뷰 과정에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일부 제품 관련 이슈가 발견됐고 내부 테스트 결과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회수한 제품을 검사해보니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며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디스플레이 손상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고 전했다. 갤럭시 폴드 출시 시점은 수주 내 다시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시장 고점을 노리는 대신 안전하게 시장에 안착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초기 단계부터 리스크를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의도도 깔렸다.

특히 2016년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로 대대적인 리콜을 시행,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만큼 무리하게 폴더블폰 출시를 강행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올해 글로벌시장 내 갤럭시 폴드 목표 판매량이 100만대 정도라는 점도 부담을 더는 데 한몫했다. 주력모델인 갤럭시 S10 시리즈가 연간 4000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단순 영업이익 제고가 아닌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장 선두 자리를 굳히겠다는 복안이다.

게다가 경쟁사로 떠오른 화웨이는 자사의 폴더블폰 ‘메이트X’ 출시를 7월로 계획하고 있다. 2달 이상 앞서 갤럭시 폴드를 내놓은 삼성전자는 현재로선 경쟁자 없이 시장을 독식하는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제품 완성도에 만전을 기해도 늦지 않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혁신기술을 도입한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그 기술력을 인정받기까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 업체가 비슷한 구설에 오른다”며 “갤럭시 폴드 출시 이후에 디스플레이 결함 논란이 불거졌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더 난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갤럭시 폴드 취약점 보안은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아직 명확하게 어떤 부분에서 결함이 발생됐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우려는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