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27만여건 판매
중장년층 가입자 몰려…50대 33.8%, 60대 이상 46.3%
손해율 악화·부실계약 가능성…불완전판매 모니터링 필요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주도해 출시한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에 27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출시된지 10개월 만이다.

일각에서는 유병력자의 가입 수요 충족이라는 본래 취지는 달성했지만 가입자의 80% 이상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집계돼 손해율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판매 현황’에 따르면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판매건수는 손해보험사 22만1000건, 생명보험사 4만7000건으로 총 26만8000건이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만성질환이나 치료이력이 있는 유병력자의 가입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해 4월 출시됐다.

고혈압 등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만성질환자 또는 과거 치료 이력이 있지만 완치된 유병력자 등이 가입할 수 있도록 기존 실손보험보다 가입심사를 완화하고 가입가능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가입심사 내용을 살펴보면 심사항목을 기존 실손보험의 18개에서 6개로 대폭 줄였고 치료이력 또한 5년 이내에서 2년 이내로 축소해 비교적 최근 치료이력에 대해서만 심사한다.

또 기존 실손보험은 10개의 중대질병에 대해 5년 이내 치료이력을 심사했지만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암에 대해서만 심사하는 것으로 심사대상을 대폭 줄였다.

10개의 중대질병이란 암,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간경화증, 뇌졸중증(뇌출혈, 뇌경색), 당뇨병, 에이즈(HIV보균)를 일컫는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출시 초기인 지난해 4월에는 한 달 만에 4만9000건이 판매될 정도로 가입자가 몰렸고 이후 판매 건수는 2018년 9월 2만건, 10월 2만1000건, 올해 1월 1만9000건으로 소폭 감소해 월평균 2만건 수준을 유지 중이다.

보험 출시 시점인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개월 동안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수입보험료는 손해보험사가 776억원, 생명보험사 125억원 등 총 90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보험금 지급 총 건수는 4만7000건, 총 지급 보험금은 143억원 수준으로 손보사가 4만2894건에 대해 128억원을 지급했고 생보사가 3976건에 대해 15억원을 지급했다.

수입보험료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판매 초기임을 감안하면 지급보험금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통상 보험상품은 출시 후 3년 이상 경과해야 지급보험금 추세가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실손보험 시장에서 소외됐던 유병력자 특히 50~60대 이상 중장년층이 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해 향후 손해율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가입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60대 이상이 12만4000건으로 46.3%, 50대가 9만1000건으로 33.8%를 차지해 기존 실손보험 가입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전체 가입자의 80.1%를 차지했다.

반면 다른 연령대의 가입 비중은 10대 1.0%, 20대 2.2%, 30대 4.2%, 40대 12.5%에 그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출시 전부터 기존 실손보험에서 치료이력 때문에 가입을 하지 못한 50~60대 이상 중장년층이 몰릴 것을 염두에 두고 상품을 개발했다”면서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보다 가입심사를 완화한 대신 보상내용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상범위와 한도를 좁혀 손해율이 치솟는 상황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 등 비급여 3개 특약을 보장하지 않는다.

또 기존 실손보험의 입·통원 시 자기부담률은 최고 20%인 반면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은 30%다.

입원 시 기존 실손보험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없는 반면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경우 10만원의 자기부담금이 있고 통원 시 처방조제비 미보장, 통원 보장한도 20만원 등 기존 실손보험에 비해 보상내용에 제한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보장이 기존 실손보험보다는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장년층의 가입이 몰렸고 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품이라 손해율이 상승해도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다”면서 “결국 손해율 관리가 관건이다. 더불어 부실계약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남경 금감원 보험감리국 부국장도 “유병력자 실손보험 판매에 따른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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