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기승에 전문보험 등장
기존 보험과 보장 겹쳐…실효성 의문

마스크 쓰고 출근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일평균 135㎍/㎥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가 초미세먼지를 관측한 2015년 이래 지금까지 서울의 일평균 농도 최고치는 올해 1월 14일 124㎍/㎥였다.

이에 따라 건강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는 2013년 대기오염의 주요 구성요소인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대기오염은 폐암, 급성호흡기감염, 기관지염이나 폐기종과 같은 만성폐쇄성폐질환, 심혈관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계속된 최악의 미세먼지에 산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웃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6일 기준 공기청정기 판매 대수가 일일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간 판매량은 이번 주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지난주보다 3배 늘었다. 삼성전자 측은 이달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도 이달 들어 공기청정기 판매 대수가 전년동기대비 3배 수준으로 늘어났고 대유위니아 역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공기청정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5%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도 미세먼지 영향에 자동차 주행거리 감축사업 동참, 미세먼지 저감 캠페인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은 서울시와 업무제휴를 맺고 마일리지 특약 가입 회원이 ‘서울시 승용차마일리지 제도’에 참여할 경우 서울시는 연간 기준 주행거리보다 실제 주행거리를 줄인 회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보험사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금액 20~40% 차등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의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지난해 3월부터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미세먼지 저감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특히 DB손해보험은 국내 보험사 최초로 미세먼지 전용보험인 ‘다이렉트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이하 ‘굿바이 미세먼지’)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굿바이 미세먼지’는 미세먼지질병수술비, 만성호흡기질환진단비 등 9개 담보로 구성돼 있다.

주요담보 내용을 살펴보면 미세먼지질병수술비(특정6대질병)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미세먼지질병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보험가입금액을 연간 1회 한도로 지급한다. 특정 6대 질병이란 편도염, 축농증, 급성상기도염, 인후부위의 특정질환, 후각특정질환, 백내장을 말한다.

만성호흡기질환진단비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만성호흡기질환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보험가입금액을 1회 한도로 지급한다. 다만 성인플랜 계약의 경우 가입 후 1년 미만은 특약보험가입금액의 50% 지급한다.

말기폐질환진단비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말기폐질환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보험가입금액을 1회 한도로 지급한다. 다만 성인플랜 계약의 경우 가입 후 1년 미만은 특약보험가입금액의 50% 지급한다.

호흡기관련질병수술비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호흡기관련질병으로 진단 확정되고 그 치료 를 위해 수술을 받은 경우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한다.

이비인후과질환수술비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이비인후과질환으로 진단 확정되고 그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한다. 다만 성인플랜 계약의 경우 가입 후 1년 미만은 특약보험가입금액의 50%를 지급한다.

안과질환수술비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안과과질환으로 진단 확정되고 그 직접 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 특별약관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한다. 다만 성인플랜 계약의 경우 가입 후 1년 미만은 특약보험가입금액의 50% 지급한다.

그 외 폐암진단비, 7대질병수술비, 허혈심장질환수술비로 구성돼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미세먼지 관련된 축적된 데이터가 없다보니 보험료 산출 근거가 미비했다”면서 “DB손보가 전용보험을 출시한 만큼 다른 보험사에서도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세먼지라는 이름만 붙었을 뿐 전용보험이라고 부르기에는 다른 보험과 특화된 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눈에 띄는 담보는 미세먼지질병수술비 담보 정도인데 편도염, 급성상기도염 등의 6대 질병 수술 시에만 지급하는 담보”라면서 “고객 입장에서는 빈도가 낮은 수술비보다는 소액이라도 빈도가 높은 치료비를 정액으로 지급하는 담보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담보내용을 살펴보면 다른 보험사들도 취급하는 담보들이 주를 이룬다”면서 “상품 이름만 미세먼지가 들어갔을 뿐 전용보험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좁은 보장범위와 기존에 가입한 보험과의 중복가입 문제도 지적된다.

미세먼지로 인한 발병 가능성이 높은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주요 폐질환의 보장이 빠져있어 실제 보장범위가 좁은 것이다.

또 월 1만원 미만의 저렴한 보험료 때문에 소비자의 접근성은 좋지만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호흡기질환, 이비인후과질환 등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대한 치료비를 실손으로 보장받고 있기 때문에 중복가입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커지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편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환경부는 7일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 강화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우려가 집중된 국외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해 고농도 미세먼지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중국과 공동으로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우리보다 기술력이 앞선 중국과 같이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하는 방안을 협의해 연내 공동 실험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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