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신임 대표이사 내정 “자산관리 분야 전문가”
10대 증권사 여성 임원 2.6% 불과…여전한 유리천장

사진=연합뉴스

KB증권이 업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내정하면서 단단한 유리천장에 금이 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여성 임원의 비중은 여전히 드물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KB증권은 지난 19일 박정림·김성현 각자 대표이사 선임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의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 2년간이다.

이번 KB증권의 인사는 파격적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증권업계 최초로 여성 CEO가 탄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신임 대표는 1963년생으로 서울 영동여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체이슨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했고 조흥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삼성화재 자산리스크관리부 부장 등을 거쳤다.

또한 박 신임 대표는 2004년부터 KB국민은행과 인연을 맺어 시장리스크부장, 제휴상품부장, 자산관리(WM)본부장, WM 사업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여신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하면서 WM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는 KB금융지주 총괄부사장, KB국민은행 부행장, KB증권 부사장 등 3개 법인의 WM 사업 총괄 임원을 겸직했다.

박정림 KB증권 신임 대표이사.사진=KB증권

KB금융 관계자는 “WM·리스크·여신 등 폭넓은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WM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공고화 등 수익 창출을 확대할 수 있는 실행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룹 WM 부문 시너지 영업을 진두지휘해 리더십을 발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신임 대표가 증권업계 첫 여성 CEO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견고했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 NH투자증권은 최근 있었던 정기 인사에서 WM 지원본부장에 유현숙 상무를 승진시키며 5년 만에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유안타증권도 이상은 기획팀장을 경영전략본부장(상무보)으로 승진시키면서 여성 임원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이 우세하다.

미래에셋대우·KB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대신증권 등 국내 10대 증권사의 지난 9월 말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은 2.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증권사도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 등 5곳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증권으로 7.41%로 나타났다. 이재경 SNI 본부장과 박경희 삼성타운금융센터장이 여성이다. 이어 대신증권(7.14%)도 7%대 비율을 보였다. 전체 임원 28명 중 2명이 여성으로 이어룡 회장과 이순남 강남선릉센터장이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대우(4.26%)는 전체 임원 94명 중 남미옥 강서지역본부장, 박숙경 호남충청지역본부장, 김미정 투자금융1본부장, 김지숙 VIP 서비스본부장 등 총 4명이 여성 임원이다. 메리츠종금증권과 KB증권은 각각 2.94%, 2.08%로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은 각각 1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업의 수익 구조에서 IB 부문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로 기존에 대표이사 인사에서 편향됐던 관리·기획·주식 부문보다 더 전문성이 강조된다”며 “이번 박 KB증권 신임 대표를 시작으로 성별보다 전문성에 초점을 둔 여성 CEO나 임원이 등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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