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밀접한 연관…청년들도 관심
손학규 당대표 “청년들 논리적 입장표명‧토론실력 대단해…의원들 배워야 할 점”
김홍균 우승자 “소수의견 대변, 정말 힘든 일…귀 기울여야 해”

바른토론배틀 시즌2 결승전을 앞두고 결승 토론 진출자와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갈민 기자

“심신미약자들에게 모든 범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장애인과 특정인종을 없애려 한 히틀러의 우생학이다. 국가가 형량 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면역력을 키우지 않고 이 사회를 멸균질로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주취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이나 심신장애 변론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과 다르게 대한민국은 주취감경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술에 관대한 나라다. 범죄와의 인과관계도 불분명한 심신미약자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들을 비호하고 있다.”

이는 ‘심신미약 처벌 감경’을 주제로 한 토론의 한 부분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바른토론배틀 시즌2’ 결승 토론을 개최했다. 이날 행해진 결승 토론의 주제는 ‘심신미약 처벌 감경’이다.

심신미약 처벌 감경은 지난 10월 14일 새벽,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최근 관련법이 개정돼 국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29일, 심신미약 처벌 감경법 개정안 ‘김성수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형법은 사물 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심신미약’이라는 명목 하에 의무적으로 형을 감경하게 돼 있었지만, 개정안은 감형 여부를 판사 재량권에 따른 임의조항으로 바꾼 것이다.

심신미약 처벌 감경법 개정이 이뤄지게 된 계기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학생들이 자주 찾는 장소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젊은 청년들의 관심도 뜨겁다.

한 달여간 진행된 ‘바른토론배틀 시즌2’에 참가해 경쟁자들을 꺾고 결승에 오른 김현동‧김홍균 토론자는 각자 입장에서 ‘심신미약 처벌 감경’에 대해 논리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토론에 앞서 사회자로 나선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평가위원들은 평소 본인의 입장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며 “이 청년들이 각자 입장에서 얼마나 조리 있게 이야기 하는지, 토론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고 토론이 끝난 후 선택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토론은 각 토론자가 최초 1분씩 모두발언(입장표명)을 하고, 15분씩 총량제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자는 토론 중에 1분 멘토 찬스를 1회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들은 사용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자유토론 시간이 모두 소요되고 토론자들은 1분씩 마무리 발언을 하는 것으로 토론을 끝맺었다. 이후 이 자리에 참석한 평가단들이 즉석에서 투표해 우승자를 선발했다.

사진=제갈민 기자

토론은 참가자들에 대한 격려의 박수로 막이 올랐으며, ‘심신미약 처벌 감경’ 찬성 측의 김현동 토론자 우선발언으로 진행됐다.

김현동 토론자는 “인간 사회는 필연적으로 불완전하고 도덕적으로 완벽할 수도 없기에 법이 있고 복지가 있으며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요구 역시 있다”며 “따라서 조현병, 우울증, 정신지체에 대한 케어 역시 국가의 책임으로 분류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형법에는 책임주의에 대한 원칙이 있는데, 이는 행위가 아니라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으로 벌을 내리고자 하는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다”며 “6살 아이가 돌을 던져 사람을 맞춘 것과 성인이 누군가를 해할 목적으로 돌을 던져 사람을 맞춘 것을 똑같이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고 예시를 들었다.

그는 “이 말은 심신미약자들에게 모든 범죄 책임을 묻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며 이러한 접근의 극단적인 사례는 장애인과 특정인종을 없애려 한 히틀러의 우생학이다”며 “국가가 책임을 져버리고 형량 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면역력을 키우지 않고 이 사회를 멸균질로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 김홍균 토론자는 “프랑스는 음주로 인한 폭행, 성범죄에 대해 가중 처벌하고 미국은 음주 상태에서 일으킨 범죄에 대해 심신장애로 변론하지 못하게 법적으로 설정해뒀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은 형법 제10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그 해석에 따라 주취감경이 여전히 가능하며 이뤄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상식적인 염원에도 불구하고 술에 관대한 나라다”고 선진국과의 차이점을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술에만 관대한 것이 아니며, 법적 기원도 확인불가능하고 범죄와의 인과관계도 불분명한 심신미약자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들을 비호하고 있다”며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 법은 심신미약의 범죄자를 비호할 뿐이고, 오히려 일상 속 무수히 많은 심신미약자들은 0.4%에 해당하는 심신미약 범죄자들 때문에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혀 사회생활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묻고 싶다, 정말 심신미약자에 대한 처벌을 감경해줘야만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모두발언 후 자유토론에 들어서자 이들에게서 토론 시작 전 떨림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상대방의 주장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질문공세와 질문에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찬성 측 김현동 토론자는 “심신미약 범죄자들에 대해 감형 없이 강한 처벌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고,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하는 문제로 귀결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신미약 감형조항을 삭제하게 됐을 때 그게 정의로운 결과로 이어질까, 심신미약의 책임을 그 사람들에게 모두 묻는다는 것은 국가 책임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홍균 토론자는 “심신미약 처벌 감경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안전에 대한 법의 역할이 약하게 치부되고 있고, 응보라는 역할 역시 법이 지나치게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서다”라고 주장했다.

또 “조현병을 앓지만 그것이 방아쇠 역할을 해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증명할 길이 없다)”며 “많은 법의학자와 범죄심리학자는 조현병이라는 생물학적 지표보다 사회적 요인이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신미약 감경은 기본적으로 20~30년형을 받아야 하는 범죄자의 형량을 10~15년으로 절반 줄이고, 판사가 (그 범위 내에서) 선고량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 적절한 예시와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그러나 토론이 진행됨에 있어 반대 측 김홍균 토론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찬성 측 김현동 토론자가 명확히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였다.

김홍균 토론자는 “(심신미약 범죄자들이 수감되는) 치료감호소가 몇 군데나 있느냐”라고 물었으나, 김현동 토론자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것까지는 조사를 못 했다”고 답했다. 김홍균 토론자는 “(치료감호소는 전국에) 1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전국에 1개뿐인 치료감호소)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늘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하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이 시설을 설치하려하면 님비현상 때문에 아무도 본인들이 거주하는 동네에 설치하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30여분의 토론 시간이 모두 지나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당대표는 “저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명쾌한 논리를 펼쳐줘 대단했다”며 “청년들의 배틀토론 실력이 대단하고 각자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바른미래당 의원도 많이 배워야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병국 의원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며 “바른미래당이 미래정치를 지향하는 만큼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철근 심사위원단장은 “프레임 싸움에서는 김현동 토론자가 전투력이 있고, 김홍균 토론자는 전달력과 설득력이 굉장히 좋았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심사위원단의 평가 결과 ‘심신미약 처벌 감경’ 반대 측의 김홍균 토론자가 19표를 받아, 9표를 받은 김현동 토론자를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앞으로 김홍균 토론자는 바른미래당의 청년대변인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당대표와 김현동(왼쪽), 김홍균 바른토론배틀 시즌2 결승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갈민 기자

토론과 투표결과 발표가 모두 끝난 후 김홍균 토론자는 자신을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1997년생이라 밝히면서 “이전 토론에서 소수의견을 대변해봤는데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느꼈다. 김현동 토론자의 입장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하는 것은 소수의 의견을 대변한 김현동 토론자의 발언이 아닌가 싶다”고 격려의 말을 전하며 “이러한 자리를 만들어 준 바른미래당에 감사하다. (바른미래당은) 지금 당장 명백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지 못하더라도 이 길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바른토론배틀 시즌2를 기획·진행해온 이준석 최고위원은 “다른 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바른토론배틀은 앞으로 젊은 세대가 정치에 진실되고, 실력에 바탕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하는 시스템이다”며 “바른정당의 전통을 이어 바른미래당은 새로운 방식으로 젊은 청년 정치인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손학규 당대표와 임재훈 의원(김홍균 토론자 멘토), 김성식 의원(김현동 토론자 멘토), 김철근(심사위원단장)‧김동철‧채이배‧김삼화‧최도자‧정병국 의원 외 다수의 심사위원들이 참석해 토론을 지켜봤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