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훈 사임 이후 직무대행 맡아…경쟁력 강화 총력, 실적도 선방
벗어나지 못한 배당사고 여파, 내·외부 평가 ‘긍정적’

사진=연합뉴스

‘유령주식 배당사고’로 흔들린 삼성증권의 새 수장 자리에 장석훈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추대되면서 구원투수 역할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6일 삼성증권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장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공식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추천했다.

장 대표는 1995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관리, 인사, 상품개발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고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면서 경영 안목을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구성훈 전 대표가 배당오류 사태로 사임하면서 7월 27일부터 직무대행을 맡아오다 이번 인사로 드디어 정식 CEO 자리에 올랐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실수로 현금 대신 주식이 입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에게 주당 1000원을 배당하려고 했지만 1000주의 주식을 입고했는 설명이었다.

이후 삼성증권은 잘못 배당된 주식을 뒤늦게 복구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이 복구 전에 배당받은 주식을 매도하면서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자 주가는 급락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주가가 급변할 때 2~10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변동성완화장치(VI)를 7차례 발동했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에 대해 6개월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1억4400만원 처분을 내렸다. 구 당시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직무 정지 3개월이 결정됐다.

제재안이 확정되자 구 전 대표는 배당사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에 삼성증권은 사태의 조기 수습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장 당시 경영지원실장을 대표 직무대행에 선임했다.

배당사고로 삼성증권에 대한 고객 신뢰가 추락했을 때 수장 자리에 오른 만큼 장 직무대행은 경영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 신뢰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달 16일 해외주식 분야 1위 탈환을 위한 글로벌 리서치 영업활동을 강화 차원에서 ‘해외주식 투자 컨퍼런스’를 열었다. 글로벌 상위 증권사의 수석급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중국, 유럽, 베트남 등의 현지 투자종목을 소개했다.

지난달 17일 증권업계 최초로 온라인을 통해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비대면 방카슈랑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울러 투자금융과 자산관리를 연계해 법인고객을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경기벤처기업협회와 대경기술지주와 MOU를 체결하고 법인고객 자산관리를 위한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일부 업무를 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억 이상 고액자산가 수가 7월 이후에 3000여 명 가까이 증가했다”며 “WM과 IB의 협업도 지속적으로 성과가 잘 나오고 있고 제휴 법인 확대도 무난히 진행돼 어느 정도 신뢰가 회복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사진=삼성증권

이에 3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이다. 3분기 삼성증권의 분기 순이익은 6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4억원)보다 26.54% 줄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0.19% 내린 923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지만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누적 영업이익은 4043억원으로 전년 동기(2784억원)대비 45.23% 늘었고 순이익은 2969억원으로 41.41% 증가했다.

리테일 고객자산도 크게 늘었다. 삼성증권의 3분기 기준 리테일 고객자산은 179조원으로 전년동기(166조원)보다 7.83% 증가했다. 전분기보다는 11조원(7%) 늘었다. 일반법인 고객자산이 전분기보다 7조원 늘었고 개인 고객자산은 4조원 증가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사고 이후 영업실적이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했다”며 “신규계좌 개설금지 기간이지만 상품 가입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3분기 순이익은 운용이익이 전분기보다 17% 증가하면서 이익감소 폭을 줄였는데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이익이 개선됐기 때문이다”며 “내년 1월 영업이 정상화되면서 실적 개선이 가능해 보이지만 해당 시점 시장 환경에 따라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 삼성증권의 공격적 영업이 예상돼 내년 초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신뢰 회복에 성공했다고 단언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배당사고 이후 브랜드 평판지수가 최하위를 맴돌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11월 증권사 브랜드 평판지수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4개 증권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장 대표가 임시 수장을 맡은 직후인 7월과 8월, 10월에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고 전인 3월에 KB증권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급락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배당사고 여파가 일부 존재하지만 사업을 잘 해내고 있다는 외부 평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장대표는 추천만 받은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자산관리 기반 확대와 WM과 IB 협력 강화는 장기적인 과제라 내년에도 지속해서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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