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저가요금제 공세, 가입자 증가세 둔화
“MVNO 자체 경쟁력 강화, 제도적 장치 절실”

서울의 한 알뜰폰 매장. 사진=연합뉴스

이동통신사의 저가요금제 공세에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알뜰폰(MVNO) 시장의 입지가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지난해 월 2만원대에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 가량을 이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 카드를 꺼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과도한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한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통사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며 보편요금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미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선택약정 25% 할인 등을 시행하고 있어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고 향후 5G 상용화에 앞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발의한 보편요금제는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가계통신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통사는 이를 막기 위해 자율적으로 데이터 요금제 개편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선택약정 25% 할인을 적용할 경우 데이터 1.2GB에 음성통화·문자가 기본 제공되는 요금제를 2만4668원에 이용할 수 있는 저가요금제를 출시했다. 음성통화·문자가 기본제공되고 데이터 1GB가 주어지는 KT 요금제와 같은 기준 데이터 1.3GB를 쓸 수 있는 LG유플러스 요금제는 각각 2만4750원에 이용 가능하다.

이통사가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저가요금제를 출시하자 불똥은 알뜰폰 시장으로 튀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보다 더 저렴하고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

CJ헬로모바일은 월 9900원으로 데이터 1.5GB, 음성통화 150분, 문자 150건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KT엠모바일은 원가보다 저렴한 월 5390원에 데이터 1.5GB,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미디어로그 역시 비슷한 요금제를 월 4950원에 출시했다.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편의점, 생활용품점 등을 중심으로 판매처도 늘려나가고 있다.

알뜰폰 업계의 자구책 마련에도 일부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인지도도 낮을뿐더러 멤버십 혜택이나 서비스 품질 등을 감안하면 이통사 요금제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게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는 40만4059명으로 전월대비 16.4% 줄었다. 이 중 알뜰폰 가입자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알뜰폰 가입자 2만2636명이 이통3사로 옮겨갔다.

저렴한 통신비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알뜰폰이 이통사에 가격경쟁력마저 빼앗긴 셈이다.

지난 8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수는 789만1553명으로 전월대비 0.15% 증가했다. ▲1월 0.52%로 시작한 알뜰폰 가입자 증가율은 ▲2월 0.49% ▲3월 0.92% ▲4월 0.99% ▲5월 0.67% ▲6월 0.37% ▲7월 0.71% 등으로 나타났다.

이통사의 저가요금제 개편이 마무리된 7월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진 모습이다.

알뜰폰 업계가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2018년도 알뜰폰 도매대가’를 확정하고 알뜰폰 사업자들의 망비용 부담을 낮춰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T와 함께 종량제 도매대가를 1MB당 3.65원으로 전년(4.51원) 대비 0.86원 인하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사의 통신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망비용 부담이 215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전파사용료 역시 내년 연말까지 면제한다. 이로 인해 알뜰폰 업계는 올해 337억원, 내년에는 354억원 정도 부담을 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방안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시장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어 시장 반전을 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뜰폰 업계의 지난 6년간 누적적자는 3500억원 상당이다. 올해에도 200억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망 도매대가 추가인하, 전파사용료 면제 등 대책을 내놨지만 업계 특성상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15% 정도가 한계다”며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결합상품을 만들거나 유선 인터넷 사업 등에도 뛰어들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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