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사전 내정 후 평가 결과 짜맞추기 의혹…금감원 “상상할 수 없어”
사업자 선정 평가 결과 발표 9일 전, 안종범 수첩에 평가 결과 적혀 있어
한국관광공사, K뱅크 위해 이사회 결의·사전 협의 무시하고 졸속 추진

K뱅크가 사전 내정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연합뉴스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뱅크 등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사업자는 사전에 내정됐고 평가 결과는 그에 맞춰 짜맞추기였다는 의혹이었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구로구을)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 발표 9일 전에 안종범 수첩에 평가 결과 점수가 적혀 있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인터넷, 모바일 등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영업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2014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5년 6월 18일 금융위원회는 ICT‧금융 부문 간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혁신과 은행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한 뒤 30대 그룹과 상호출자제한 대상 그룹의 설립을 제한하고 나머지 기업에 설립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KT(케이뱅크), 다음카카오(한국카카오), 인터파크(아이뱅크) 등은 2015년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금융감독원은 11월 9일 은행업 인가 심사와 관련해 사업계획 타당성 등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각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평가위원회는 금융‧법률‧소비자‧핀테크‧회계‧IT보안‧리스크관리 등 7명(위원장 포함)의 평가위원들로 구성됐다.

이어 금감원은 2015년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평가위원들을 2박 3일 동안 합숙시키면서 심사 평가를 했고 29일 예비인가 사업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인가를 신청한 사업자들에게도 비공개였던 평가 점수가 발표 9일 전인 11월 20일 안 수석의 수첩에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정감사 증인대에 선 황창규 KT 회장.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 측은 “안 수석 수첩에 적힌 ‘카카오 86, KT·우리 83, 인터파크·SKT 64’ 등 각 사업자별 점수는 금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외부평가위원 세부 심사 평가 결과표의 평가 결과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안종범 수첩에 적힌 평가 점수가 20일인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 측은 “2015년 11월 18일부터 21일의 안종범 수첩을 검증한 결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었다”며 “안 전 수석도 동행했던 것으로 확인됐고 수첩에 적시된 내용들도 APEC 정상회의 관련 내용들을 적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 수석이 20일 수첩에 APEC 정상회의 관련 내용을 적었고 같은 날 인터넷전문은행을 신청한 사업자들에게 대한 점수가 적혀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박 의원 측은 “이를 종합하면 박 전 대통령과 동행하며 APEC 정상회의를 수행하는 동안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예비 인가 평가 점수를 사전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기재했거나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할 목적으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평가위원들은 27일 합숙 시작과 동시에 사업자에 대한 자료를 봤다”며 “평가위원 7명의 점수를 다 알아야 하는데 어떻게 9일 전에 점수를 알았다는 것인지 상상이 안 간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의원 측은 “금감원 평가심사팀의 평가 결과 자료에는 점수는 있는데 평가 항목이 없다”며 “합숙 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의 자료로 사전에 평가를 하는 등 여러 경우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의원 측은 주인처럼 앉아서 자료를 집계한 사람들이 금감원이라며 자료 출처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는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임원·간부들이 모두 퇴직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실무자들은 아직 근무 중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 사전 내정과 관련해 K뱅크 관계자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20일자 안종범 수첩 내용. 자료=박영선 의원실
2015년 11월 29일자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평가 결과. 자료=금감원, 박영선 의원실

 

한편 2015년 당시 한국관광공사는 기재부와 사전협의 지침을 어기고 K뱅크에 80억원을 출자해 논란이 됐다.

이에 기재부 공공정책국 경영정보과 관계자는 K뱅크가 인가 준비 단계였던 것으로 안다며 K뱅크가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출자를 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재부 지침에 따르면 출자를 결정하기 전에 기재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2015년 9월 KT와 투자결정 협약을 체결하고 나서 사전협의를 했고 사전에 이사회 의결 없이 계약 체결 두 달 후에야 이사회 의결을 서면으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재부 경영정보과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을 늦게 한 것과 관련해서는 관광공사와 담당 직원이 주의 조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사회 의결 없이 KT컨소시엄에 출자하기로 협약한 것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후에 이사회 결의가 있더라도 그 하자가 치유되지 않아 무효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권이 K뱅크를 인터넷전문은행에 사전 내정한 후 평가 결과를 짜맞추기한 의혹이 안종범 수첩을 통해서 드러났다”며 “기재부는 K뱅크에 출자한 관광공사에 대해 자체 감사 실시로 절차적 위법에 대한 책임을 묻고 K뱅크의 설립 과정에 비위가 있다면 형사고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하는 박영선 의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