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민정 기자] "우리 아이는 공부하다 말고 멍하니 먼 곳을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요",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좋지 않아요",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것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 것 같아요",  "방 청소를 하다 말고 딴 짓을 해요"  

크게 눈에 띄지 않아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결코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다. 최근 학교폭력, 자살 등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그에 관련된 뉴스나 기사를 보면서 내 아이는 해당사항이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면 후에 큰 걱정거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위의 사례는 이른바 조용한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해봐야 하는 행동들의 대표적인 예이다. 보통 ADHD라고 하면 과격하고 폭력적인 행동에 해당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부모들이 많고 심지어 ADHD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부모도 있다.

그만큼 조용한ADHD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현실이고 그에 따라 경계심도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정신질환이라 하면 정신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강한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위와 같은 상황일지라도 아이의 행동에 이상이 있을 때 "그럴 일 없겠지"라는 안일한 자세로 방치하면 안 될 일이다. 이에 대해 류한욱 소아청소년클리닉의 류한욱 원장은 “부모님의 세심한 관심과 전문가의 도움이 있어야 내 아이가 조용한ADHD인지 알 수 있다”면서 “취학 전 아동 또는 사회성이 필요해지는 나이가 되기 전에 꾸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 할 경우 대인기피증, 우울증으로 발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용한ADHD가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시간을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조용한ADHD는 비단 학교생활이나 사회성 문제 뿐만 아니라 학교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부와 관계없는 공상을 하는 등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에 비례하여 효율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성적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의 딸을 둔 L씨(35, 女)는 “딸애가 조용한ADHD인지도 모르고 학교생활 부적응과 중하위권인 성적에 대해서 혼내고 다그치기만 했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조기에 발견 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현재는 꾸준한 놀이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아서 더욱 밝고 씩씩해진 모습을 보여 사랑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문제가 보일 때 적절한 조치를 한다면 "내 아이는 아닐거야"라는 불확실한 믿음보다는 "내 아이는 문제없어"라는 확신이 서게 될 것이다. 만약 우리 아이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행동을 보인다면 지금 바로 전문가를 찾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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