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공급 청약 및 대출금리 완화 등 혜택 작용
정부 지원 늘었지만 경쟁 더 치열…일부 ‘볼멘소리’

서울시 구로구 소재 행복주택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청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주거복지 정책을 펼치면서 최근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혼부부들 사이에서 결혼 전 혼인신고를 미리 하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포착되고 있다.

오는 12월 결혼 예정인 우 씨는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지난달 혼인신고를 먼저 했다.

해당 상품은 최저 연 1.2%~최대 2.1%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으며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출한도는 수도권 1억7000만원, 수도권 외 1억3000만원 이내로 임차보증금의 80%까지다.

우 씨는 “일반 전세대출보다 연이율이 1% 이상 저렴하니까 어차피 할 결혼이라면 이자가 싼 대출이 낫다는 생각이 컸다”며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요즘 결혼식 먼저 올리고 일정 기간 산 다음에 혼인신고하는 부부들도 많지 않냐. 그것보단 오히려 서로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되니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신혼부부 자격으로도 청약이 가능한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이 완화된 것도 이 같은 신(新)풍속도를 부추기는데 한몫했다.

정부는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부양자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안정을 꾀하기 위해 특별공급 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신혼부부 대상 특별공급 비율을 민영아파트는 20%, 공공임대아파트는 30%까지 늘렸다. 기존 ‘혼인기간 5년 이내 유자녀 부부’를 대상으로 주어졌던 자격은 ‘혼인기간 7년 이내 무자녀 부부’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도심형 공공임대아파트인 행복주택은 예비신혼부부 자격으로도 청약할 수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를 위해 직장이나 대학교 인접한 곳에 마련된 도심형 공공임대아파트다.

신혼부부의 경우 행복주택 인접 지역 소재 직장에 재직 중이면서 혼인 합산 기간이 5년 이내인 무주택세대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 입주지정기간 만료일까지 혼인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전체 물량의 80%가량을 젊은 층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데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자랑하기 때문에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제도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정부는 이른바 ‘결혼하고 싶은 사회’, ‘맘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되레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볼멘소리도 새 나오고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의 경우 기준이 완화된 만큼 자격 요건을 갖춘 신혼부부들이 늘어나면서 당첨될 확률은 더 낮아지게 됐다. 직접 분양 아파트에 줄을 서서 청약을 신청하지 않고 인터넷 청약으로 시간과 공간적 제약이 줄어든 점도 경쟁률을 높이게 된 셈이다.

또한 최대 10년까지 장기 거주가 가능한 행복주택은 인기 지역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높아 우선 혼인신고를 한 예비신혼부부라도 통상 서류심사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 3월 분양한 행복주택인 ‘래미안서초에스티지S’는 91가구 공급에 940여명이 접수했고 ‘서초선포레’의 경우에는 14가구 공급에 2757명이 몰린 바 있다.

내달 결혼을 앞둔 정 씨는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되거나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다”며 “이율을 낮게 전세자금을 대출받았다고 해도 앞으로 그걸 갚아나가야 한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않냐”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혼부부 대상 주거복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사실상 주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맘 놓고 자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신혼부부들의 주택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보다 정부에서 전세금 전액을 융자로 지원해 주는 게 차라리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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