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06년 보도 이후 변한 것 없어…조치 방법 없나?
동전 특징 거의 비슷하고 성분 ‘백동’ 동일…값어치 5분의 1
페소, 자판기 이용 불법…적발 시 3년 이하 징역·500만원 이하 벌금

사진=제갈민 기자

우리나라 자판기에 필리핀 동전이 거스름돈으로 배출돼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씨(25)는 최근 신기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다. 박씨는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은 뒤 돌려받은 거스름돈 속에 우리나라 동전이 아닌 필리핀 동전 1페소가 섞여있었던 것이다. 그는 100원짜리 동전과 같이 섞여 나온 1페소를 다시 자판기에 넣었다. 그러자 자판기는 1페소를 100원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앞서 이와 관련해 2004년과 2006년 기사가 2차례 보도된 바 있으나, 지금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알고 있는 일부 국민들은 우스갯소리로 필리핀 여행을 다녀올 때 1페소 동전을 모아 돌아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필리핀 화폐는 페소(피소·PISO)로 1페소는 약 21원 정도로 우리나라 100원의 5분의 1 정도 값어치를 가진다. 값어치는 5분의 1이긴 하나 동전 재질과 지름, 형태가 동일하며, 옆면 톱니 개수와 무게까지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우리나라 100원과 필리핀 1페소의 구성성분은 구리와 니켈의 합금인 백동(구리 75%, 니켈 25%)이며, 지름 24mm의 원형 모양까지 동일하다. 다른 점은 동전 옆면의 톱니 개수와 무게인데, 100원은 옆면 톱니 개수가 110개이고 무게가 5.42g인 것에 반해 필리핀 1페소는 115개이면서 6.10g인 것이다. 이마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초 발행날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100원 동전의 최초 발행일자는 1970년 11월 30일이며, 최초 발행 100원 동전의 디자인은 1982년까지 생산했다. 이후 1983년 1월 15일부터 디자인을 변경해 현재까지 발행 중이다. 외관 그림과 글씨체가 1983년 한 차례 변경되긴 했으나, 우리나라 100원짜리 동전의 성분 및 크기, 무게 등은 그대로 유지된 채 발행됐다.

필리핀 1페소 동전은 1995년에 현재 쓰이고 있는 동전으로 바뀌어 발행됐으며, 새로운 BSP의 로고인 5, 1 페소와 25, 10, 5, 1 센티모 로고를 표시했다. 이는 필리핀중앙은행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이다.

자판기 제조업 종사자는 “일반적으로 자판기는 동전의 소재와 크기, 두께 등 3가지를 구분해 인식한다”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 100원과 유사한 성분과 수치를 보이는 필리핀 1페소를 자판기가 100원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해프닝은 일본에서도 한차례 일어났었다. 한때 일본의 자판기에서 우리나라 500원짜리 동전이 당시 10배쯤 되는 일본 500엔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 세계 나라들마다 동전이 있고 종류가 수십 가지인데, 동전은 부식이 되지 않아야 해서 소재가 니켈이나 구리 등으로 한정돼 있기에 비슷한 성분을 지닌다”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 동전이 다른 여러 나라에서 쓰일 수도 있으며, 다른 나라의 동전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쓰일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를 ‘형법 제348조의2 편의시설부정이용’으로 명시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동전이 필리핀 동전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필리핀중앙은행 측으로 이러한 문제점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니 필리핀 주화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최근 발행되는 페소는 철에 니켈을 씌워 제작해 이러한 문제점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동판매기나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 등 편의시설을 부정이용하다 적발될 시 형법 제348조의2 편의시설부정이용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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