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쁘라삐룬’ 가고 ‘마리아’ 북상…장마 겹쳐 피해 우려
‘업계 1위’ 삼성화재, 비상팀 운영…메리츠·현대·KB도 분주
1분기 자동차보험 시장규모 감소하자 손해율 관리 총력

폭우에 잠긴 도로. 사진=연합뉴스

태풍 ‘쁘라삐룬’에 이어 ‘마리아’가 북상하면서 침수 피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가운데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손보사들은 자동차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난 대책팀을 운영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에서 발생해 한반도로 북상했다. 발생 당시 태풍의 중심기압은 998hPa, 중심 최대 풍속은 초속 18m로 약한 소형 태풍이었다. 하지만 한반도를 직접 강타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는 등 태풍 피해 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기상청은 지난 1일 중부지방과 일부 남부지방에 호우 특보를 발표하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이후 태풍의 북상 속도가 늦어지면서 경로가 당초 예상보다 동쪽으로 이동했고 4일 오후 현재 독도 동북동쪽 약 180km 부근 해상에서 시간당 약 44km 속도로 북동진하고 있다.

예상을 벗어난 경로로 태풍이 한반도를 직접 강타하지 않았지만, 상륙 직전 덮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 강한 비가 내리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

지난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장마에 이은 태풍으로 이날까지 사망 3명, 부상 3명, 실종 1명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도 있었다. 장맛비가 집중된 전북 군산·여수, 경기 화성, 충남 서천 등에서 집 5채가 파손됐고 제주도를 포함한 서해안 지역에서 주택과 상가, 축사 등 112개 건물이 침수되기도 했다.

문제는 쁘라삐룬 영향권에서 벗어나자마자 ‘마리아’가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3일 밤 괌 동쪽에서 발달한 제13호 열대저압부는 규모가 커지면서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열대저압부는 풍속이 시속 61km 이하인 폭풍으로 세력이 커지면 태풍으로 발달한다. 제8호 태풍으로 발달하면 미국에서 제출한 이름인 ‘마리아’로 명명된다.

손보사들은 연이은 태풍과 장마로 인한 자동차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차량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침수 예방 비상팀’을 10월까지 운영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삼성화재는 하천 주차장, 저지대 등 전국 240여곳의 상습 침수지역에 현장출동 직원을 일부 파견해 순찰 활동을 진행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강수량이 많을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면 서울 안양천, 잠실 탄천 등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에 직원을 파견해 차량 침수위험에 대비한다”며 “차량번호를 조회해 삼성화재 계약 차량이라면 고객에게 이동 주차를 권유하고 고객이 불가하면 직접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손보사와 계약된 차량일지라도 차량에 소유자 번호가 있다면 연락해서 이동 주차를 권유한다”며 “또 상습 침수위험이 있는 지역은 해당 지자체에 보수를 건의하는 등 안전 예방 활동도 전개한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재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의 관할보상센터 업무수행을 지원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준비 경보 비상 1단계 비상 2단계 등 총 4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대응한다. 경보 단계를 넘어서면 침수차량을 확인하고 피해지역·피해원인·피해물수·복구진행상태·추가지원 필요 부분을 확인한다. 손해보험협회 대책정보 수집, 중앙재해대책본부 지원사항 확인 및 협조요청 등도 이뤄질 방침이다.

KB손해보험은 강수량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추가적으로 강수량이 늘어나면 침수피해가 집중된 지역에 비상대응반을 파견한다. 최근 있었던 태풍과 장마로 인한 피해는 적어 대책위는 꾸리지 않았지만 당사 고객에 침수 지역과 예방 등 피해 안내를 문자 메시지로 발송했다.

현대해상은 2010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도로침수 인지정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집중호우가 발생한 주변 지역 고객에게 안내문자를 보내 주의를 당부하는 시스템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번 태풍이나 장마로 인한 피해가 접수된 자료에 따르면 큰 상황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강수량이 늘어나면 즉시 운영 가능한 주의보고체계를 갖추고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이 돼 집중 수해지역이 발생하면 바로 투입 가능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좋지 않은 시장 상황 역시 손해율 관리의 필요성을 높였다. 국내 자동차보험의 1분기 시장규모가 역성장하는 등 경영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5월 발표한 ‘1분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1분기 11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시장규모는 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억원 감소했다.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이 감소하고 보험사간 보험료 인하 경쟁이 심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손해율도 악화돼 지난해 1분기 78.2%에서 올해 1분기 82.6%로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1분기 907억원 흑자를 냈던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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