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준 사장, '거수기 논란' 휩싸인 사연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삼성전기 최치준 사장이 사외이사 장기 연임 문제 놓고 구설수에 휘말렸다. 총 5명의 사회 이사 중 3명이 무려 3회에 9년 동안을 연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종업계는 물론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재계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거수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삼성전기의 사외이사 장기연임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삼성전기의 사외이사 장기연임 문제가 논란에 휩싸였다. 총 5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3연임에 성공, 무려 9년 동안 연임에 성공했다. 게다가 사외이사 상당수가 관 출신으로 구성된 데다 3연임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삼성그룹 내에서도 삼성전기의 구설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 견제를 위한 취지로 지난 1998년 처음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 권력기관과 대기업의 유착 관계를 강화시켜주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 현 시점에서 삼성전기의 사외이사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삼성그룹에 속한 삼성전자의 경우, 지금까지 사외이사 중에서 연임에 성공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으며 임기는 ‘단임’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넒은 인재풀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삼성SDI의 경우 장기연임 하던 사외이사를 올해 교체, 현재 연임 중인 사외이사는 한명에 불과하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사외이사가 3명이나 3연임하는 사례는 삼성전기 뿐이다. 

다른 기업의 경우 LG전자는 임기 6년인 1명을 제외하고 지난해 3명을 모두 신규 선임했다. 또 현대차와 포스코는 모든 사외이사의 임기가 3년이다. 특히 사외이사의 최장 재직 기간이 6년인 다른 상장기업과 달리 삼성전기는 최장 9년까지 허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사외이사회가 단순한 ‘거수기’ 역할을 하는 꼭두각시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기에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사외이사 5명 중 3명은 각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부원장, 해양경찰청장 출신으로 밝혀져 업무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관출신 인사들을 정책적으로 배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사외 이사 4명의 주요 경력이 은행장, 법무부 국장, 대학교 부총장, 경영대 학장 등이며, 삼성SDI와 삼성중공업은 모두 대학 교수들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했다.

사외이사, 손 한번 들어주고 ‘수백만원’

OECD는 사외이사가 오랜 기간 회사에 남아있을 경우 독립적인 입장에서 견제가 힘들다는 판단에 최장 임기를 보통 9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외이사가 객관적인 위치에서 정상적인 감시활동을 펼칠 경우이며 한국의 경우 OECD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높은 수당을 받으며 연임을 하고 있는 사외이사에게 경영권 견제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대개 국내 상장기업의 경우 사외이사의 임기는 보통3년, 길어도6년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사회적으로 사외이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고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국제적인 기준에 상관없이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외이사 임기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라며 "비판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가능하면 사외이사의 연임은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외이사의 임기와 출신 성분도 문제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과연 그들이 정상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사외이사회에서 지난 2010년 총 18개, 2011년 16개 그리고 올해 15개 총 49개의 안건 중에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지난 3년간 다섯 명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해 줄곧 ‘Yes’만을 외쳤다는 의미다. 

삼성전기의 사외이사들이 업무의 대가로 받는 보수는 분기당 1700만원 수준. 이를 감안하면 ‘찬성’의 표시로 손 한번 들어주는 데 개산만 해도 대략 300~400 만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웬만한 중소기업 과장·부장급의 월급과 맞먹는 액수다. 

현재 삼성전기에서 최장기간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금감원 출신 강모 사외이사는 지난 2004년부터 9년째, 금통위 출신 남모 사외이사는 2005년 이후 세 번째 연임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모 법무법인의 강모 변호사 역시 세 번째 연임 중이다. 강모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은 최근 삼성가 형제간 상속분쟁에서 이건희 회장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사외이사회를 구성하는 방법은 굉장히 전형적"이라며 "이런 인사들로 과연 회사에 대해 얼마만큼의 견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외이사가 오랜 기간 한 기업에서 연임하게 되면 해당 기업과 친밀감이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몇 년씩이나 한 회사에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내부 견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기업종의 인력 풀이 많지 않은데다가 사업 현황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사외이사를 오래하시는 것"이라며 "내부적인 기준에 의거하여 명망 높고 실력 있는 분들을 선임한 것이므로 아무론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전기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9년 동안 사외이사를 장기 연임을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맹희-이건희 회장의 상속분쟁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의 변호사가 포함 됐다는 것은 논란에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기는 지난 1분기 매출 1조 7,477억원, 영업이익 1,0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1조 3,981억원 대비 25%, 영업이익은 727억원보다 47% 증가했다. 이는 지난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 8% 증가한 것이다. 

순이익의 경우 직전 분기보다 52% 감소한 695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는 지난 4분기 순이익에 일회성인 아이마켓코리아 지분매각 이익이 상당부분 반영돼 순이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삼성전기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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