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해 기자.

에드먼드 힐러리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정복한 산악인이다.

에드먼드 힐러리가 처음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1953년까지 수 많은 탐험가들이 이 곳을 찾았지만 아무도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뀌는 예측 불허의 날씨와 곳곳에 숨어있는 낭떠러지들은 많은 도전자들의 의지를 꺾어 놓았다.

에드먼드 힐러리의 성공은 그와 함께 정상에 올랐던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르게이는 무려 7번이나 정상 정복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힐러리가 주저함 없이 그를 자신의 세르파로 선택했다. 그가 갖고 있는 과거의 실패 경험이 다양한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힐러리의 선택은 옳았다. 노르게이는 크레바스에 빠진 힐러리를 구했고, 정상을 앞두고 체력이 고갈된 힐러리를 격려해 이끌며 세계 최초의 에베레스트산 정복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현대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의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증대되며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경영환경도 실패를 피하기 힘든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경영학자 하가 시게루는 경영을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까지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실패를 차갑게 바라보는 한국사회에서 시행착오는 곧 일벌백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기업들은 직원에게 도전과 혁신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실패했을 때의 불이익을 걱정한다. 그래서 도전적인 목표보다는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운다.

한국에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사업 성공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 실패의 산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테슬라와 같은 최고의 혁신기업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났다. 실패를 허락하는 문화는 실패를 성공을 위한 자산으로 만들어 낸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해하면 성공의 단초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잘못된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점검해 보완하게 되고, 그 결과는 혁신으로 이어진다.

실패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실패의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대형 안전 사고는 물론이거니와 금융사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 최근 있었던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우리는 수많은 실패의 사례들과 만나고 있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실패는 결코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없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선택이 속 시원한 일벌백계 하나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도 실패의 지혜를 갖춘 '텐징 노르게이'가 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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