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대출로 대출 ‘독려’하나… 만기시 상환문제 등 건전선 우려↑

▲ 사진=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쳐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지난주 일제히 증자를 선언했다. 대출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가진 ‘밑천’이 바닥나고 있는 까닭이다. 당국의 ‘8.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인 점 또한 여신 폭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두 은행이 쉬운 대출을 내세우고 있어 ‘빚 권하는 사회’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을 줄이려는 정부 정책과 반대된다는 것이다. 또 빠르게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환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19개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전체 가계대출은 2조17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카카오뱅크를 통한 대출이 54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비율로 보면 24.9%에 달한다.

지난달 27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최근까지 누적대출액이 1조원에 달한다. KEB하나은행이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기록한 대출 실적이 5조9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는 보름 만에 시중은행이 7개월 넘게 영업한 것의 15%에 달하는 실적을 올린 셈이다.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도 지난 7월까지 누적여신액 6000억원을 넘기며 이미 1년치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대출이 빠르게 늘자 두 은행 모두 다음달 증자를 결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자본금을 기존 3000억원에서 5000억원을 늘리기로 정했다. 케이뱅크도 다음달까지 1000억원을 증자한 뒤 내년 초까지 15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처럼 두 은행이 ‘쉬운 대출’을 통해 빠르게 여신액을 늘리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정 요건만 갖춰지면 신용 대출이 이뤄지는 것에 비해 대출 상환능력은 검증이 되지 않아 만기 시 상환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팔고 있는 1억5000만원 한도 마이너스 통장도 비판선상에 올랐다. 마이너스통장은 일정 한도를 정해놓고 수시로 빌리고 갚는 형태의 신용대출이다. 문제는 마이너스통장이 일반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에게 일상적으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편의를 앞세워 가계 빚을 부추기는 셈이다.

발급 절차는 간편한 반면 평균 금리가 높고, 변동금리 적용으로 인해 정확한 이자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마이너스 통장의 문제점이다. 전세자금이나 생활비 등 생계 대출로 쓰일 때도 많아 한번 이용하게 되면 일반 대출보다 높은 금리의 대출을 계속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점 등으로 인해 다수의 금융 전문가들이 마이너스 통장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을 줄이려는 정부 방침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국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에 달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75%를 넘으면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0%를 넘으면 소비에 악영향을 주고, 8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낮추는 등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쉬운 대출을 앞세운 무분별하게 여신을 늘리면서 정부 가계부채 관리에 또 다른 ‘구멍’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