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득세에 실적악화 뚜렷…악몽 반복될 수도

▲ 푸조 3008 SUV. 사진=한불모터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한불모터스의 실적이 크게 감소하면서 디젤차 판매만 고집하는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환경차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신뢰가 떨어진 디젤엔진만으로는 유연한 대처가 힘들다는 것이다.

한불모터스가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서기 위해서는 라인업 확장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불모터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5억원으로 전년(268억원) 대비 64.6%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64억원으로 같은기간(185억원) 대비 65.4% 급감했다. 매출은 1616억원으로 26.8% 감소했다.

한불모터스의 실적악화는 판매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불모터스가 지난해 판매한 푸조·시트로엥 차량은 총 4546대로 전년(7572대) 대비 40.0% 줄었다. 업체별로는 시트로엥이 924대를 팔아 같은기간 대비 61.5% 늘었지만 푸조가 48.3% 줄어든 3622대를 기록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수입차업계에서는 이같은 한불모터스의 부진의 원인이 신차 부족에 있다고 말한다. 주력모델의 신 모델 출시가 이어졌던 2015년과 달리 2016년에는 신차가 없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젤 라인업만 갖추고 있는 한불모터스의 판매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국내에서도 디젤 엔진에 대한 신뢰가 줄었고, 규제는 강화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진 점만 보더라도 한불모터스가 유연한 대처에 나서지 못해 부진에 빠졌다는 것을 한 눈에 보여준다.

실제 한불모터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2015년에는 수입 디젤차 판매량이 16만7925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등록된 수입 디젤차는 21.2% 줄어든 13만2279대를 기록했다. 반면 가솔린과 친환경차량은 지난해 각각 7만6284대, 1만6716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16.1%, 63.0%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불모터스가 하루 빨리 파워트레인 다각화에 나서야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디젤엔진에 대한 신뢰가 줄어든 상황에서 한불모터스의 라인업은 굉장히 취약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실적악화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휘발유보다는 친환경 차를 들여와 시장에 맞춰갈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디젤차 판매만 고집할 경우 수세를 만회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불모터스는 실적악화가 신차 부재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라인업 다각화 논의는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에 도입할 계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악화가 디젤엔진 신뢰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PSA의 디젤엔진은 엄격한 환경기준을 통과했다”며 “디젤 엔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특정 업체 들만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불모터스는 2월 출시된 ‘뉴 푸조 2008’을 비롯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뉴 푸조 3008’ 등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올해 7500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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