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재 편집국장

재계 서열 1위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실질적 총수는 주지하다시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병석에서 투병중인 관계로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이 맞다.

그가 현 박근혜정권과의 부정한 결탁에 휘말려 17일 새벽 뇌물공여 등 혐의로 전격 구속 돼 언론을 비롯 나라가 시끄럽다. 그가 영어의 몸이 돼 갇힌 경기도 의왕 소재 서울 구치소는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사법처리 돼 구속되는 단골 구치소다. 현재는 최순실 게이트 최고의 주역인 최순실, 김기춘 전 비서질장, 조윤선 전 문화관광부 장관도 구속 수감돼 있는 곳이다.

이미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 회장,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도 이 서울구치소를 거쳐 간 인물로 힘 깨나 쓴다는 사람도 꼼짝 없이 죄를 지으면 갇히는 공포의 장소다. 이 나라 최고의 그룹 총수로 ‘황태자’ 소리를 듣던 이재용 부회장도 430억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이곳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그가 갇힌 공간의 평수는 고작 2평 남짓에 불과하다니 하루아침에 하늘과 땅 끝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을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전격 구속수감으로 각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대체로 국민들 입장에서는 사법부가 엄정한 판결을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운 것이라는 호의적인 분위기다. 정치권 역시 야권을 중심으로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는 일로 경제민주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반면 재계 및 일부 보수층에서는 경제위기를 거론하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은 무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을 비롯한 재계는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기업 오너를 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구속한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당장 롯데와 SK, CJ, 포스코 등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다른 기업들이 특검의 후속수사 여부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죄를 지었다면 마땅히 그 응분의 댓가를 받는 것이 정의로운 나라고 민주적인 나라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해야하고 금권에 의해 유린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대기업 재벌 총수들이 각종 정부 이권과 관련 부정한 사건에 연루되면 경제위기를 운운하며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전격 구속은 그런 과거의 잘못된 관행적 행태를 종식한 일대 사건이라 할만하다.

그룹 총수 하나 없다고 회사의 경영상태가 마비되고 기운다면 그것이 과연 글로벌 기업이라 할 것인가. 이가 없으면 잇몸이 있기 마련이다. 삼성은 1등기업이라고 누누이 자천타천 자랑하고 인정받아왔던 그룹 아닌가. 적지않은 브레인들이 근무하고 있고, 충분이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에도 위기를 기회 삼아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오히려 앞으로 정경유착의 깊은 뿌리를 확실히 끊어내며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국민과 법 앞에 투명한 경영을 당당히 펼칠 수 있는 진정한 1등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릇이 큰 경영인이고 대그룹의 리더라면 2평 남짓의 작은 독방에서 국민이 원하는 올바르고 미래지향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나올 것이다. 국민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이완재 편집국장>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