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미뤄온 증시 데뷔…최대주주 지위 ‘흔들’

▲ 신창재 교보생명 사장.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교보생명이 30년째 미뤄왔던 주식시장 데뷔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신창재 회장(사진)의 지배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의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서 신 회장의 지분율이 떨어져 최대주주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고, 금융시장의 감시도 더욱 촘촘해지기 때문이다.

13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달 외국계 증권사들과 대형 회계법인에 자본구조 구성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하는 입찰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구성방안에는 기업공개, 즉 상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올해 초 상장 추진 계획이 없다던 교보생명의 기존 방안은 뒤집어진 셈이다. 교보생명은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을 늘리기 위해 상장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교보생명의 상장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쥐고 있는 사모펀드의 요구도 이같은 입장 변경에 한몫했다는 해석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에 우호지분으로 참여하면서 줄곧 상장을 요구하고 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지분 참여 당시 이를 고려한 조항을 미리 포함해 두는 등 상장을 위한 포석을 깔아둔 바 있다.

이처럼 상장은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카드가 됐지만, 신 회장 입장에서는 마냥 속편한 해결책은 아니다. 상장 후 신 회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투자자들이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은 33.78%. 특수관계인 몫까지 합치면 39.45%, 우호지분으로 평가받는 우리사주 조합(0.99%)과 한국수출입은행(5.85%) 지분을 더해도 46.29%로 절반에 못 미친다.

상장으로 신주가 발행되면 신 회장 측 우호지분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신 회장이 배당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감소하게 된다.

또 다른 부담도 따라온다. 교보생명에 대한 감시의 눈길이 짙어진다는 점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나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공시해야 한다. 증권사 등 금융사들도 상장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공개된 자료를 분석한 정보를 쏟아낸다. 이전보다 훨씬 꼼꼼한 금융당국과 시장의 감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생보업계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이 오랫동안 상장을 미뤄온 것도 이같은 셈이 고려됐다는 평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1987년 처음 상장 가능성이 검토됐지만 올해까지 ‘상장설’만 돌아다녔다. 그동안 생보업계 빅3를 함께 차지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물론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은 이미 유가증권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아주 오래 전부터 상장 얘기가 나왔지만 모두 설로 끝났다”며 “신 회장이 상장을 손해로 본다는 얘기가 회사 내부에도 퍼져있다고 전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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