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광우 기자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선제적 대응’

최근 은행들이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대출 이자율을 올리며 반복하고 있는 명분이다. 미국이 금리를 곧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발 빠르게 ‘응답’하고 있는 셈이다. 시나브로 은행들의 가계 대출 이자는 3% 선을 넘을 넘어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금리가 내려갈 때 은행들의 대응은 굼뜨기 그지없었다.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은행이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리는 동안, 은행들의 대출 이자율 인하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즉 은행들이 대출 이자율을 올릴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천천히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은행 측이 내세우는 ‘선제적 대응’은 어찌된 일인지 대출 금리를 내릴 때는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예금으로 눈을 돌려 보면 상황은 정 반대로 돌변한다. 대출 이자율은 시장 움직임보다 빠르게 올려 잡으면서도 예금 이자율은 그에 걸맞게 올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높은 이자율을 주는 예금 상품에 적용하던 ‘우대 금리’마저 사라지고 있다.

은행 수익의 기본은 ‘예대 마진’에 있다. 고객들이 맡긴 예금에는 싼 이자를 주고, 여기에 금리를 더해 대출해 주면서 생긴 차이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대출 이자율은 빠르게 올리면서도 예금 금리 인상에는 미적거리는 이유다.

비단 은행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증권사들도 신용거래융자 이자로 은행의 예대 마진과 비슷한 구조의 ‘부업’을 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 거래를 하고 싶지만 자금이 없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행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 포인트 내리는 동안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평균 대출 금리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금융 당국은 ‘뒷북’을 쳤다. 대출 이자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된 후에야 금융사들의 금리 산출 체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가계 대출은 최근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1300조원. 0 이 몇 개 붙는지 가늠하기도 힘든 숫자다. 그런데 그 속에서 금융사들은 남 몰래 미소를 짓고 있다. 은행들의 실적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폭증하는 가계 대출 속 불어난 예대 마진이 배경이다.

물론 이익을 추구해야하는 ‘회사’ 입장에서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도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이다. 언제까지 빚더미에 짓눌린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을까. 국민들의 가계 경제가 무너지면 그들도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금융사들이 자신들의 ‘이자놀이’를 스스로 돌아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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