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정부기관을 상대하는 기업들이 행정사들을 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김영란법에서 제 3자를 통한 부정청탁은 제재 대상이지만, 공익적 목적의 행정사를 통한 업무는 합법적인 까닭입니다. 더욱이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싸다는 점도 행정사 인기의 배경이라는 후문입니다.

문제는 행정사가 새로운 로비의 창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현직 행정사들 중 상당수가 전직 공무원들이다 보니 새로운 전관예우 통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행정사들 중 전직 공무원이 상당수인 이유는 이들이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2013년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공무원으로 10년 이상 근무하거나 6급 이상에 해당하는 직에 5년 넘게 근무하면 시험을 전부 면제받고 행정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법이 바뀌면서 1차 시험 면제기준이 5년 이상 경력자에서 10년 이상 경력자로 강화되고, 면제 내용도 ‘전부 면제’에서 1차 시험 전 과목과 2차 시험 일부 과목 면제로 변경되긴 했지만 여전히 전직 공무원들이 행정사가 되는데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현직 행정사들 중에는 최고위 공무원들도 끼어 있어 전관예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에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선용 전 청와대 환경비서관이 서울 테헤란로에 알프스 행정사무소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대형로펌 변호사보다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행정사들이 중간 로비 창구가 돼, 국회나 공공기관들의 대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의 의견을 관계 부처에 전달해야 하는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직원들이 직접 공무원을 만나는 방식을 배제하고 로펌의 자문을 받아 행정사에게 업무를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김영란법 만큼 많은 말들을 낳으며 등장한 법도 찾기 힘들 것입니다. 지금도 친구들 사이의 술자리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가 술을 얻어먹어도 되냐, 안 되냐’는 말이 오가곤 합니다. 김영란법이 만들어내고 있는 ‘신풍속’들 사이에서, 행정사라는 직군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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