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청산·합병, 포스코는 변신 중

▲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를 이끈 지 3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포스코는 인적·물적 쇄신으로 다시 거듭났다. 임원의 30%가 감축됐고, 지난해 국내외 34개 계열사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판매사업’이라는 미래 먹거리도 제시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본연의 철강 사업에 집중하는 동안 건설, 에너지 등 비철강 부문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노조와의 갈등도 골칫거리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 후 2년 반 동안 진행해 온 구조조정이 60%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자평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31일 태국 방콕 콘래드호텔서 열린 CEO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초기 맡겨진 재무건정성 확보 미션을 2년 반 동안 수행하는 중간 과정에 있다”며 “앞으로 1년가량은 구조조정이 더 필요하며 현재로는 60% 이상 진전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까지 시행할 구조조정 149건과 현금 7조원 확보 목표 가운데 64%를 완료하는 등 예상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임기를 마칠 때 즘 80% 이상 구조조정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2015년에만 계열사 34곳 정리

권 회장은 2014년 3월 취임 후 ‘혁신 포스코 1.0’을 발표하고 계열사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7월 15일에는 ‘혁신 포스코 2.0’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올렸다. 초점은 국내외 계열사 감축이었다.

포스코는 2017년까지 매각·청산·합병 등을 단행해 국내 계열사 25곳, 해외 연결법인 64곳을 감축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포스코는 ‘혁신 포스코 2.0’을 발표한 후 2015년 하반기에만 10개가 넘는 국내외 자회사를 정리했다.

광고계열사 포레카는 독립 광고대행사인 컴투게더에 매각했고,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9월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회생하지 못해 상장폐지 됐다.

포스코 캐나다 현지 거점인 포스코 캐나다는 지난해 말 100% 자회사인 POSCO Klappan Coal을 청산했다. 미국 포스코 바이오벤처펀드 POSCO BIOVENTURES와 에콰도르에서 엔지니어링과 구매, 건설 사업을 영위하던 VAUTIDAMERICAS, 포스코-우르과이도 청산됐다. 1995년 홍콩에서 설립돼 사내 은행 역할을 해온 Posco Investment는 합병처리됐다. 이외에도 15년이 넘도록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포스네시아도 청산으로 계열제외 되는 등 지난해에만 11곳의 해외법인이 청산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분율 100% 자회사인 포스하이메탈과 포스코그린가스텍을 합병비율 1대 0으로 합병했다. 부산시 강서구 생곡매립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원료로 전기를 양산하는 부산이앤이와 중국 현지에서 철강재 가공과 물류·보관 사업을 벌이는 청도포금강재는 매각 추진 중이며 창원산단 내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은 지난해 세아그룹으로 넘어갔다. 또 탐라해상풍력발전과 일본 계열사 xenesys는 투자주식을 처분했다.

구조조정 60% 완료, 80% 달성 목표
‘기술판매사업’으로 새로운 먹거리 제시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엠텍, 포스코켁템, 포스코ICT, 포스코P&S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계열사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9월 네덜란드 엔지니어링 자회사 EPS INVESTMENTS를 청산했으며 12월 멕시코 건설법인 DWEMEX를 매각했다. 중국 자회사 Dong Fang Jin Hong의 지분 51%도 매각했다.

포스코대우는 중국 현지 업체와 대우제지유한동사 지분(67%) 매각을 논의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엘살바도르 봉제법인(Daewoo EL SALVADOR) ▲말레이시아 무역법인(Daewoo SDN. BHD) ▲미얀마 무역법인(Myanmar Daewoo) 등을 청산했다.

포스코ICT는 원전관리 서비스 자회사인 포뉴텍을 지난해 11월 석원산업에 매각한 데 이어 소형 무인자동차 운행차량 개발을 위해 영국에 설립했던 법인 Vectus Limited을 현지 업체에 매각했다. Vectus Limited는 2005년 2월 포스코건설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 4곳이 손잡고 설립한 회사로 그룹 안팎의 주목을 받은 바 있지만 경영 부실로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돼 결국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4월에는 포스코LED가 중견기업인 TMC에 인수돼 ‘글로우윈’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 사진=뉴시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미국 태양광 발전 자회사 테크렌솔라를 한화큐셀에 넘긴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탐라해상풍력발전 지분 64%도 한화그룹에 양도했다. 지난 8월에는 포스코에너지의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포스파워(옛 동양파워)의 지분 56%를 3000억원에 KDB인프라에 넘겼다.

포스코P&S는 지난 7월 스테인리스 가공 계열사인 포스코AST를 흡수합병했다.

인력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연료전지사업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감원 인력 수는 100여명으로 전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포스코켐텍도 지난 7월부터 40여명 감원을 목표로 하는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며, 포스코ICT와 포스코엠텍은 지난해 희망퇴직 형태로 수백명을 구조조정했다. 포스코건설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희망퇴직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에는 그룹 임원 수를 30% 줄이고 실·본부 조직을 22% 감축하는 내용의 임원 인사를 시행했다. 포스코는 당시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임원 수를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 대비 110명 줄인 259명, 실·본부 조직을 51개(22%) 감축한 179개로 조정했다.

◆세계 톱 기술력으로 신성장동력 확보

무작정 덩치만 줄인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기술판매사업’을 본격화 했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기술 판매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철강기술은 물론 설계·운영 등 생산을 제외한 엔지니어링 기술 등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의 철강생산과 가공기술은 일본의 NSSMC(옛 신일본제철),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등 세계 톱클래스 철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우수하다.

당장 판매가 가능한 기술은 파인넥스 공법과 CEM(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 기술로 이를 각각 판매하거나 둘을 결합해 판매하는 것이 손꼽힌다.

파이넥스 공법은 값싼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저가의 석탄을 사용해 제철소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재정과 인프라가 열악한 신흥국가에 판매 기회가 많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CEM 기술은 쇳물을 굳히는 연주공정과 철강재를 얇게 펴는 압연공정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고온 슬라브를 식히지 않고 바로 코일로 압연해 가공비 절감과 에너지 손실 저감 효과가 높아 고효율 친환경 설비를 요구하는 철강 선진국에서 각광받고 있다.

노조갈등 봉합·비철강 실적개선은 숙제
계열사 잇단 희망퇴직, 임원 30% 감축

실제 파이넥스 공법은 중국 중경강철과 이란 PKP사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15건을 추진하고 있으며 CEM 기술은 독일 철강 엔지니어링 업체인 SMS사와 계약을 맺고 공동마케팅을 통해 7건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 충칭지역에 파이넥스 공법과 CEM기술을 결합한 제철소 합작사업의 양국 정부 승인을 받았으며, 이란에도 두 기술을 적용한 제철소 건설 합의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포스코는 지난 6월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orld Steel Dynamics(WSD)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올랐다. WSD는 매년 철강사의 재무건전성이나 기술혁신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포스코는 본원 사업인 철강 사업부문에서 수익성을 개선했다. 포스코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7127억원으로 17.3% 증가했다.

WP(월드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은 지난 분기 대비 15만7000톤이 늘어난 383만9000톤을 기록했고, 전체 제품 판매에서 WP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5.2%로 전 분기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해외 철강법인이 흑자 전환한 점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 39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해외 철강법인은 지난 1분기 적자규모를 423억원으로 줄인데 이어, 2분기에는 10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WP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 확대와 판매가 상승에 힘입어 수익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철강 외 부문이다. 포스코의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78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건설부문의 부진이 컸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브라질 CSP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이 반영되면서 지난 2분기 1802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포스코에너지 영업이익은 415억원에서 298억원으로 72% 감소했다.

◆법원, 포스코 사내하청 ‘불법파견’ 인정

노조와의 갈등도 봉합해야할 문제다. 지난 8월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홍동기)는 사내하청 조합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파기하고 근로자 파견을 인정하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 8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금속노조 광주지부 조합원들이 '포스코 사내 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앞서 광주고법 제2민사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이날 양모씨 등 15명이 주식회사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등의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진=뉴시스

포스코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2011년 5월 포스코가 하청업체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아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 제조업 사내하도급 불법파견에 해당된다며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 판결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13년 1월 25일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1심 선고 위 3년6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합원 등이 포스코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지휘·명령을 받는 등 포스코의 사업조직에 편입됐다”며 사실상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삽 광주전남지부는 연일 “포스코는 불법파견을 사과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즉각 정규직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