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NH농협은행의 차기 은행장 선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엎치락 뒤치락하던 경쟁 구도는 김주하 행장과 이경섭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 ‘2파전’으로 굳어진 분위기다.

9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차기 농협은행장을 선출할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4~5명의 이름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자추위 결정이 임박한 최근에는 김 행장과 이 부사장 2명의 존재감이 가장 빛나고 있다.

올해말 임기가 끝나는 김 행장은 뛰어난 실적과 높은 대내외 인지도 앞세워 사상 첫 농협은행장 연임에 도전한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4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2799억원 대비 54.2%나 급증했다. 3분기말 총자산은 25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4%나 몸집을 불렸다.

글로벌 금융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김주하호’가 일궈낸 성과는 대단히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행장의 또 다른 강점은 따스한 인품을 바탕으로 한 '아버지 리더십'이다. 대외적인 평가도 좋지만 김 행장에 대한 내부의 신뢰도도 상당히 높다.

농협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회식자리에서 우연히 김 행장님과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는데 말단 직원인 내손을 꼭 잡아주며 애정 어린 충고를 많이 해줬다”며 “일반적인 이미지의 임원들과는 달리 김 행장님은 푸근하고 아버지같은 분위기로 직원들을 대해줘 내부에서 상당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농협은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김 행장의 약점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농협은행 출범 후 이번이 3번째 은행장 선출인 만큼 이를 주목할 만한 변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새로운 행장 후보로는 이 부사장이 돋보인다.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 부사장은 이후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 농협금융 경영지원부장 등 현장과 본사 업무를 두루 거치며 농협금융 내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이 부사장의 최대 강점은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과 쌓은 다수의 업무 경험이다. 지난해 1월 농협금융 부사장에 오른 부사장은 올해 4월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과 함께 그룹 조직 개편 작업 등을 함께 진행했다. 농협금융 회장과 부사장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업무상 가까울 수밖에 없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단적인 예로 현재 김 회장 집무실 바로 옆방은 이 부사장 집무실”이라며 “농협금융에서 잔뼈가 굵은 이 부사장이 김 회장을 충실히 보필하며 상당한 신뢰를 쌓았다”고 전했다.

이어 “대외 인지도는 김 행장이 크게 앞서지만 사실 내부에서는 이 부사장을 유력 행장 후보로 꼽기도 한다”며 “아직 임기가 1년 5개월이나 남은 김 회장의 상황을 따져봤을 때 그간 함께 일을 해온 이 부사장을 은행장으로 추천하는 것이 지주와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훨씬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 김 행장이 농협금융 부사장을 거쳐 농협은행 행장에 오른 점도 이 부사장에겐 긍정적이다. 금융업계에서는 농협금융 부사장을 농협은행장으로 가는 일종의 ‘코스’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업통’으로 불리는 최상록 농협은행 수석부행장도 복병으로 거론되고 있다. 198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최 부행장은 농협중앙회 달성군지부장, 농협은행 대구영업본부장, 농협중앙회 대구지역본부장 등을 거쳐 올해 1월 수석부행장에 올랐다. 단 대부분의 경력이 대구·경북 그리고 영업부문에 집중 돼 있어 아직 은행장 업무를 맡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최 부행장의 영업적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깜짝발탁’이 없는 농협금융의 보수적인 특성상 본사 업무 경력이 많지 않은 최 부행장에게 은행장을 맡길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 이사회 내에서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되는 자추위는 빠르면 이번주 내 농협은행장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자추위원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인사 1명과 2명 이내의 사외이사, 2명 이내의 지주사 집행간부 등 3~5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추천한 후보 중에서 새 행장을 뽑는다. 차기 행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며 임기는 2년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장 추천권을 쥐고 있는 김 회장의 선택”이라며 “남은 임기동안의 업무 성과를 위해서라도 호흡과 시너지 쪽에 중점을 둔 추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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