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도 첫 중간배당 선언…투자자들 ‘시선집중’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결산배당액도 크게 늘리는 등 배당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환율하락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주 친화정책으로 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한 이후 하락 추세에 놓인 자사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 사장은 지난 22일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결산배당을 전년보다 54% 늘리고 올해부터는 중간배당 실시를 검토한다”며 “글로벌 자동차업체 평균 수준에 맞춰 나가기 위해 배당 규모를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오는 7월쯤 중간배당을 할 경우 1974년 증시에 상장한 이후 4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계획을 안건에 올린 뒤 승인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기말배당 주당 1950원→3000원

현대차는 올해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기준 주당 3000원의 현금배당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당 1950원이던 전년 대비 53.8% 급증한 금액이다. 이에 따른 배당금총액은 8173억원에 달하며 시가배당률은 1.7%다.

현대차가 배당 확대에 나선 이유는 미국·유럽 자동차업체에 비해 주가 수준이 낮고 배당도 적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중간배당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글로벌업체 수준으로 배당을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4년 주요 완성차업체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메르세데스-벤츠 3.3% ▲포드 3.2% ▲BMW 3.1% ▲도요타 2.7% ▲폴크스바겐 2.6% 수준이지만 현대차는 1.8% 정도다.

현대·기아차의 세계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9.5%에 이르지만 세계 30개 완성차 회사의 시가총액 1153조원 중 현대·기아차는 5.1%인 60조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된 것도 배당확대의 한 배경이다.

◆ 본격적 주주친화 정책 돌입

특히 현대·기아차는 한전 부지 고가 매입 이후 주가가 급격히 추락하고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각하는 사태가 지속하자 강력한 주주친화 방침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한전 부지 인수 발표 이후 23만원대이던 주가가 16만원 선까지 떨어지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약 4600억원을 들여 전체 발행주식의 1%에 이르는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당을 늘려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는 것은 물론 배당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동참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말배당 전년比 53.8%↑…“중간배당 검토”
주주 마음 달래기…세금부담도↓ ‘일석이조’

더욱이 이번 배당확대는 사측에도 도움이 된다. 기업소득환류세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수 경제활성화 시책에 적극 부응하는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

배당 확대에 이어 다음달 중 한전부지 매입이 환류세제에서의 ‘투자’로 인정되면 현대차그룹은 소득 중 투자·임금 증가·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현대차를 시발로 국내 기업의 배당확대에 물꼬가 트였다”며 “배당확대가 내수활성화에 따른 경제선순환 효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적은 악화…지난해 영업익 9.2%↓

반면 같은날 공개한 지난해 잠정 실적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인 탓에 현대차의 배당 확대는 더욱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조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7조66495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14.9%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9.52%에서 8.46%로 1.06%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매출은 89조2563억원으로 2.2% 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한 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 신차효과에 힘입어 판매와 매출액이 증가한 반면, 원화 강세 등 비우호적인 환율 여건으로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동기 대비 3.8% 하락하고 신흥국 통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환율 변동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지난해 3분기의 ‘어닝 쇼크’를 떨친 것은 희소식이다. 전분기와 비교한 현대차의 4분기 매출은 10.8%, 영업이익은 13.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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