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25일까지 행장 후보 공개모집
은행장 임기 ‘3년’→‘2년’ 변경에 중앙회-정부 ‘갈등’ 점화
행추위 ‘위원장’ 자리 두고도 마찰, 김윤식 사외이사가 위원장으로
이동빈 행장 행보에 주목, ‘연임’ 도전 하나

Sh수협은행 본사. 사진=Sh수협은행
Sh수협은행 본사. 사진=Sh수협은행

Sh수협은행에서 차기 은행장 선임을 두고 잡음이 불거진다. 정부와 수협중앙회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행장으로 어떤 인물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행장이 다음 달 24일 임기 만료를 앞두자 수협은행은 행장 후보 공개모집 공고를 올렸다. 공모 기한은 오는 25일까지로 행추위는 다음 달 8일 면접대상자를 통보하고, 12일 면접을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 vs 수협중앙회 힘겨루기

수협은행을 두고 정부와 중앙회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분위기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기획재정부장관과 해양수산부장관, 금융위원장이 각각 추천한 사외이사와 중앙회가 추천한 인물 2명,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정부 측 인물 3명과, 중앙회 측 인물 2명인 셈이다.

이번에는 기재부 추천을 받은 김윤석 사외이사가 위원장으로 선임됐고 해수부 추천을 받은 김종실 사외이사와 금융위 추천을 받은 양동선 사외이사, 중앙회 추천을 받은 김석원·김형주 수협 비상임이사로 구성됐다. 행장은 이들 5명 중 4명의 동의를 받아야 선임된다.

행추위가 구성되고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됐지만, 벌써부터 정부와 중앙회 사이에는 갈등이 감지되고 있다.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은행장 임기 축소다. 수협은행은 지난 7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한 바 있다. 중앙회는 기존 3년이던 은행장 임기를 2년으로 줄이고, 연임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도록 하는 개정을 제안했다.

이사회에서 기재부와 금융위, 예금보험공사 측 인물들은 수협은행에 대한 중앙회 입김이 세질 것을 우려해 반대표를 날렸다. 임기가 짧아져 행추위가 자주 열리는 만큼, 수협은행에 대한 중앙회 입김이 더 많이 작용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반대에도 중앙회 측 이사 2명과 이 행장, 해수부 측 이사 1명이 개정에 찬성하면서 행장 임기는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지난 11일 처음 열린 행추위에서 정부 측 위원들은 위원장 자리를 주장했으나 중앙회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며 갈등이 지속됐다. 다만 지난 17일 2차로 열린 행추위에서는 중앙회 측이 한발 물러서 기재부 측 인물로 위원장이 정해졌다.

수협은행은 2017년에도 행장 선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정부와 중앙회의 의견 마찰로 6개월 간 행장 자리가 공석으로 유지되다 몇 차례의 공모 끝에 이 행장이 선임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행장 선임 절차도 매끄럽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독 수협은행과 관련해 정부와 중앙회의 마찰이 빚어진 이유는 공적자금 상환과 관련이 있다. 2016년 말 신용사업 부문을 분리하고자 수협은행을 설립한 중앙회는 은행 지분을 100% 소유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중앙회는 2001년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정부의 관리를 받는 입장이다. 중앙회는 은행 배당금으로 공적자금을 갚고 있으며, 2028년까지 8533억원의 공적자금 상환을 남겨두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회는 수협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지만, 정부는 수협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중앙회의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고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협은행은 ‘책임경영 강화’를 이유로 은행장 임기 단축을 주장했다. 공적자금 상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평가 기간 단축을 고려한 걸로 보인다”며 “또 다른 은행들도 거의 행장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동빈 Sh수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이동빈 Sh수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이동빈 행장 연임 가능성은?

수협은행에서 행장 후보 공모를 발표하자, 이 행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행장은 관료 출신도, 수협 출신도 아닌 우리은행 출신이다. 이 행장은 1983년 상업은행에 처음 입사해 우리은행의 여신지원본부 부행장과 우리피앤에스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 10월 수협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행장으로서 은행을 이끌었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 공적자금 조기상환의 의지를 드러냈으며 은행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에 힘썼다. 소매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점을 확대하고 디지털 뱅크로의 변화를 추진했다. 또 가계대출 비중을 약 40% 수준까지 끌어올림으로써 기업대출에 치중돼 있던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성과를 보였다. 해외진출에 대한 성과도 눈에 띈다. 수협은행은 미얀마에 소액금융업 현지법인을 설립해 동남아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공적자금 상환과 관련해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협은행은 2017년 1952억원, 2018년 230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거두자 2018년 1100억원, 지난해 1320억원 규모로 공적자금을 상환했다. 반면 지난해 순이익이 2192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상환규모가 501억원으로 급감했다.

양호한 성적을 거뒀으나, 다른 은행들과 달리 수협은행은 중앙회와 정부의 의견이 행장 선임에서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연임에 있어서 변수다. 현재 기재부 추천 인사가 행추위 위원장이 된 것을 두고 차기 행장은 관료 출신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중앙회에서는 수협 내부에서 행장이 나오기를 바라는 눈치다.

여러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 행장의 연임 도전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 행장이 연임을 고려하고 있다면 오는 25일까지 공모에 지원해야 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이동빈 행장도 연임을 하려면 공개모집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3차 행추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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