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른 매출 압박‥‘우울증’으로 가리나


[파이낸셜투데이=조경희 기자]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연이어 자살을 택하고 있다. 지난 21일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한 협력사 직원이 스스로 투신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월에도 롯데백화점 구리점 직원이 퇴근 후 고층아파트에서 뛰어내린 바 있다. 이 직원 역시 심한 질타와 압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연이어 협력사 직원들의 투신이 이어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에서 롯데백화점 협력사 여직원들의 투신에 대해 짚어했다.

1월 구리점, 4월 청량리점…다음은 어디?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그만 괴롭히세요”

최근 잇따라 롯데백화점 협력사 직원들이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3층 화단에서 김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도 롯데백화점 구리점 직원이 퇴근 후,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리점 직원, 퇴근 후 투신 <왜>

지난 1월 20일 롯데백화점 구리점 협력사 직원이 퇴근 후 신변을 비관해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이 협력사 직원은 롯데백화점측의 심한 압박으로 인해 신변을 비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언론 매체에서는 이 협력사 직원의 죽음에 대해 롯데백화점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전 롯데백화점 직원의 말을 빌려 “최근 롯데백화점 구리점에 입점해 있는 의류업체 B사 여직원이 롯데백화점 측의 심한 압박으로 고층 아파트에 뛰어내려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매체는 “B사의 직원들은 4일간의 휴가를 다녀온 뒤 롯데백화점 관계자로부터 심한 질타와 함께 ‘나오지 마라’는 얘기까지 들었다”며 “결국 해고의 압박을 느낀 여직원이 자살을 선택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전 롯데백화점 협력사 직원은 자살한 여직원이 백화점측으로 부터 해고 압박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와 일부 증거 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청량리점 협력업체 업장 매니저 투신

지난 21일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3층 화단에서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김모(47세.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는 4달 사이에 벌써 롯데백화점에서 협력사 직원으로 근무하던 2명이 사망한 것이다.

청량리점 협력사 매니저 김모씨는 지난 2월부터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년 전 투자한 펜션 사업이 실패하고 최근 집을 가압류 당하는 등 채무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씨가 수년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숨지기 직전 남편에게 “딸을 부탁한다” 등의 문자를 보낸 점으로 미뤄 백화점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에서는 김씨의 자살 원인이 백화점 측의 과도한 실적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한 매니저가 극심한 매출 스트레스로 인해 모든 직원이 퇴근한 후 근무하던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며 “죽기 전에 본사 파트리더(관리급 대리)에게 문자로 욕을 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동대문경찰서 조사 결과 우울증, 개인채무 등이 밝혀진 것이고 백화점측에서 개인채무 등을 언급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파트리더가 단체 문자 등을 보내면서 ‘힘내자’ ‘매출 신장하자’라는 격려 메시지는 보낸적이 있지만 가매출 등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유족, “가매출 까지 강요” 주장

김모씨가 투신한 가운데 김모씨의 딸이 페이스북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 사건의 진실, 원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김모씨의 딸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머니가 백화점의 심한 실적 압박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엄마가 일하던 백화점에 매니저가 새로 들어오면서 엄마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다고 했다. 매출압박에서 부터 심지어는 가매출을 하라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가매출 일명 ‘찍기’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이 자기 스스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입점업체가 자기 돈을 판매직원들 통장으로 입금해주고 그 돈으로 자기 상품을 사게 함으로써 매출을 일으키는 식이다. 가짜 매출이란 뜻에서 ‘가매출’이라고도 한다.

입점업체는 가매출 만큼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는 대신 백화점은 35% 안팎인 수수료를 거저먹게 된다. 김모씨의 딸 주장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입점업체와 하청직원들을 상대로 가매출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반면 유족은 롯데백화점에서는 이를 ‘개인문제’로만 보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김모씨의 딸은 “백화점에서는 백화점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 개인재정 사정에 의한 자살로 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전직 롯데백화점 협력업체 한 직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연이어 터진 자살사고 원인을 백화점측에서는 우울증이나 개인 사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통상적으로 각 의류브랜드는 각 백화점별로 매니저의 관리 하에 매출을 백화점과 본사에 보고 하게끔 돼 있다. 인트라넷 형태로 짜여진 프로그램에 일일 매출을 보고하게끔 돼 있고 파트리더는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 곳에 대한 압박이 심한 편”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보통 매니저의 위치에 오르려면 적어도 해당 업체나 동종업계에서 9~10년 정도의 근무경력과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며 “이 업계에서는 매니저가 꿈인 사람들이 많다. 특히 회사측이 이번 청량리점 매니저 자살사고를 우울증으로 보는 것은 같은데 말이 되질 않는다. 우울증이 있거나 소극적인 사람이 매니저가 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건의 경우도 롯데백화점에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들에게 25일 오전부터 소문돌기 시작한 것도 우울증과 개인 빚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돌자 이에 분개한 직원들이 올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빅3라고 하는 롯데, 신세계, 현대중에서도 롯데의 매출 압박은 상당하다”면서 “매출이 잘 나오지 않으면 매장은 한쪽 구석이나 파트리더의 지적을 자주 받으면 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또한 유독 롯데의 경우 플로워 리더의 간섭과 교육이 많은 게 사실이고 보통 브랜드 입점할 때도 롯데쪽으로 매니저를 나가는 것을 가장 꺼려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측은 해당 직원의 유족들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만큼 동생·관리자들을 불러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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