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정희 기자

라임사태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판매사와 TRS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의 실책도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책임의 화살을 라임자산운용에만 돌리며 너도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하고 있다. 오직 개인투자자들만 피눈물을 흘릴 뿐이다.

지난 14일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대한 실사 결과가 발표됐다. 플루토 FI D-1호의 회수율은 68~50%고 테티스 2호에 대한 회수율은 79~58% 수준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라임사태에 연루된 금융사들은 여전히 ‘네 탓 공방’ 중이다.

라임운용이 지난해 10월 환매를 중단하고 얼마 되지 않아 만났던 한 은행 관계자는 “환매 중단은 라임운용에 책임이 있다. 판매사들은 펀드를 팔기만 했을 뿐, 라임운용이 운용을 잘못한 탓이 크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판매사 중 펀드 자산의 부실함을 인지한 뒤에도 해당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 판매사들은 제대로 된 좋은 상품을 선별해 고객에게 소개하기는커녕 수수료에 눈이 멀어 투자자들에게 부실 자산이 편입된 펀드를 공격적으로 팔았다. 이 과정에서 DLF 사태와 같은 불완전판매도 똑같이 반복됐다. 뒷간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확연하게 달랐다.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는 눈치만 보고 있다. TRS 증권사는 선순위로 투자금을 돌려받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TRS 자금이 투입된 펀드를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커진다. 즉, TRS 증권사는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챙기고, 원금도 개인투자자보다 먼저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판매사들은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에게 자금을 선순위로 회수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해당 증권사들은 ‘원칙’대로 처리한다며 대립 중이다.

물론 계약을 약속대로 이행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라임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라는 점, 투자자들 대부분이 TRS 계약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투자를 실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증권사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로 점철된 DLF와 라임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과 지난 14일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내놨다. 2015년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문턱을 낮췄다가 다시 높인 것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사모펀드 시장의 축소와 비이자이익 확보가 여의치 않아졌다며 잔뜩 울상이다. 저금리에 이자이익으로만 먹고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워졌다고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 투자자 입장에선 뻔뻔해 보이기까지 하다.

금융권은 계속 반복되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규제를 다시 조이게 만든 것은 금융사들의 실책과 위법·부당행위였다. 라임운용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판매사와 TRS증권사 등의 금융사들의 이기심까지 차곡차곡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전에 막지 못한 금융당국도 잘한 것은 없다. DLF와 라임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땜질하듯 보완책을 내놓은 것도 어찌 보면 금융당국의 직무 유기다.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를 잃은 만큼, 금융권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번만 넘기면’이라는 생각으로 잠시 납작 엎드려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비자 보호를 등한시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