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이 12월 3일 ICT 규제 샌드박스 운영 종합 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변인호 기자

올해 ICT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95건의 과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해외 진출까지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규제 소관부처 간 의견 충돌이 조정되지 않는 점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하는 한계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법무법인 비트는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 라마다 서울호텔 하늘정원에서 ‘ICT 규제 샌드박스 운영 종합 설명회’를 개최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지난해 9월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된 제도다. 세부적으로는 ▲허가 필요여부, 규제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신속처리’ ▲안전성 등 시험·검증을 위해 규제 적용을 배제해주는 ‘실증특례’ ▲시장 출시를 위해 임시로 허가를 발급해주는 ‘임시허가’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올해는 7번의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해 접수된 113건의 과제 중 총 95건을 처리했다. 개별적으로는 신속처리 55건, 임시허가 18건, 실증특례 22건이다. 대표적으로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활용 심장관리 서비스 ▲모바일 운전면허 서비스 ▲공유주방 기반 요식업 비즈니스 플랫폼 등이 있다.

하지만 아직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각종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 공무원의 소극행정, 국회의 느린 법안처리 속도 등이 규제 샌드박스의 효과를 저해했다는 지적이 있다. 법무부 등이 반대 의견을 피력해온 블록체인 기반 송금 서비스 등 부처 간 이견(異見)이 있는 서비스나 ‘타다’처럼 신규 서비스가 기존 사업자와 갈등이 심화된 경우 갈등을 조정하지 못했다.

이에 관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된 아이템들이 주로 ‘스몰 비즈니스’에 불과하며 핵심 규제 이슈를 담은 ‘빅 비즈니스’는 부처 간 눈치만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송 의원은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Sandbox)’에서 유래한 규제 샌드박스가 가지고 놀 모래는 없고 산업을 가두는 박스만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송 의원은 “규제 샌드박스 심의 과정 등 정보를 개방적으로 공개해 좀 더 과갛만 규제 개혁이 뒷따라야 한다”며 “벤처·스타트업은 규제 혁파를 놓고 기존 기득권층과 마찰이 있는 만큼 진정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신사업 활로를 제공해 벤처·스타트업에게 희망과 혁신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을 진흥하는 역할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답답해하는 모양새다. 이날 설명회에서 조경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 사무관은 정부 차원과 기업 차원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조 사무관은 “이제 규제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지만, 그만큼 방어논리도 강해져 소극성이 샌드박스 제도의 한계 중 하나”라며 “또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될 때까지 기업은 빠지면 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관계부처 검토 과정부터 심의위원회 의결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제7차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궁극적 목표는 특례 지정된 과제를 옥죄던 기존의 규제를 완전히 개선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이 부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제도를 운영해 나가겠다”며 “지속적으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개선‧보완하고,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ICT 기반의 산업혁신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데이터 3법 중 하나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4일 처리할 예정이다. 나머지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은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규제 개선과 혁신 신규 서비스 시장 출시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조 사무관은 “규제를 하고 있는 법과 제도를 고치기에는 우리나라 법 체계상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는 서비스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나올 수 있도록 하려면 규제 샌드박스가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ICT 규제 샌드박스의 시행으로 신기술 서비스 영역에서 기존 규제의 틀, 한계를 돌파하는 그런 계기가 돼 4차 산업혁명 시대 하나의 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하지만 시행 1년이 채 되지 않아 기존 사업자들과의 첨예한 이해충돌, 정부 각 소관부처에서 규제 틀을 과감하고 벗지 못하는 부분에 관해 저희뿐 아니라 과기정통부, NIPA 등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전향적인 사고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더욱 더 번성하고 유니콘 기업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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