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V50S ThinQ’가 전작 ‘V50’보다 공시지원금이 대폭 줄었지만, 불법보조금이 늘면서 소비자 간 정보 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 공시지원금은 줄어들고 있지만 불법보조금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대에 뒤처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V50S 출시 첫날부터 판매장려금을 이용한 불법보조금이 퍼지면서 출고가 119만9000원인 V50S를 5만원 등 한 자릿수 할부원금에 구매했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스마트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V50S를 네 번째 집에서 현금 완납 5만원에 구매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동통신사들은 판매점이 가입자를 유치하면 판매장려금을 지급한다. 판매점에서는 판매장려금의 일부를 고객에게 불법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면서 저렴한 단말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일종의 박리다매(薄利多賣)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V50S의 경우 판매장려금이 삼성 갤럭시 노트10 시리즈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이동통신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약정을 걸고 24개월 할부를 하면서 공시지원금을 통해 단말기 출고가에서 할인을 받거나 매달 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선택약정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불법보조금이 끼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 11일 출시된 V50S의 공시지원금은 최고 35만원으로 노트10 출시 당시 공시지원금 최고 45만원보다 적다. LG전자의 V50 ThinQ 출시 당시에는 공시지원금이 최고 77만원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공시지원금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불법보조금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어나다 보니 불법보조금 지원을 얼마 받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내야 하는 돈의 자릿수까지 달라지게 됐다. 제값을 주고 사면 ‘호갱’ 소리를 피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민생경제정책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스마트폰을 싸게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는 보조금을 많이 푸는 ‘성지’로 알려진 곳이나 스마트폰 집단판매상가를 돌면서 가격을 흥정한다. 첫 번째 판매점이 현금으로 기기 대금을 한 번에 납부하는 ‘현금완납’ 조건으로 할부원금 14만원을 불렀다면, 두 번째는 12만원, 세 번째, 네 번째 판매점은 10만원 이하로 부르는 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9월부터 오는 12월 15일까지 단통법 위반 여부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통3사는 여전히 차별적으로 지급되는 불법보조금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을 구매한 A씨(30)는 “지금 방통위가 조사 중이라 그런지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았다”며 “지원, 보조금 같은 단어를 피해 절대 숫자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은어로 대화하면서 거래했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은 ▲보조금의 차별 제공 금지 ▲보조금 공시제 ▲보조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를 위한 추가 요금할인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이통사들이 모든 소비자로부터 거둔 이익을 단말기를 자주 변경하는 소수의 소비자에게 보조금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막고, 통신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단통법은 도입 취지와는 정반대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사람이 받는 혜택인 공시지원금은 줄고, 음지로 숨어든 불법보조금은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었다. 이처럼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면 부릴수록 ‘호갱’도 늘게 된다.

특히 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살포에 따른 지출이 그대로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꾸준히 논평 등을 통해 불법보조금 문제를 비판해왔고, 정치권에서도 이통3사에 불법보조금 경쟁 대신 인프라와 서비스 개선에 신경쓰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이통3사 CEO들과 만나 불법보조금 경쟁을 지양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10월 15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 이동통신사 3사 CEO들을 만나 불법보조금 경쟁을 지양해달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5월 14일 논평을 통해 “불법보조금 대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통신사와 제조사가 단말기 출고가에 육박하는 규모의 불법보조금을 살포해도 이익이 남을 만큼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방통위는 이미 지난 3월 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살포에 대해 28억50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내리면서도 5G 서비스 정착을 위해 영업정지 제재는 부과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로 면죄부를 준 것도 모자라 5월 13일에도 말뿐인 경고로 불법보조금 대란을 사실상 방치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생경제정책연구소도 지난 8월 30일 논평을 통해 “이통3사가 단통법이라는 법이 존재함에도 각종 할인 혜택을 앞다투어 내놓으며 고객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이동통신사 가입자 수가 회사 수익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가입자를 늘릴 때 불법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특정 소비자는 과도하게 싼 단말기를 구입하게 하고 정상적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일명 호갱이 되는 불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판매점이 싸게 팔 수 있다면 이동통신사 공식 대리점도 싸게 팔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보조금은 이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바른미래당의 신용현 의원(간사)과 박선숙 의원은 “5G 단말기가 나오면서 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살포로 유통시장 질서가 단통법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불법보조금 경쟁 대신 인프라와 서비스에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관련해 “5G 폰이 나오면서 불법보조금이 판을 치고 있는데 누가 자급제로 단말을 사겠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의 질타에 이통3사 측 증인들은 입을 모아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네트워크, 콘텐츠, 유통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V50S에서 다시 불법보조금 문제가 나타났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다시 한번 불법보조금 경쟁을 멈춰줄 것을 요청했지만,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지난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이통3사 CEO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소모적인 마케팅 과열 경쟁을 지양하고 요금과 서비스 경쟁에 매진하는 등 이용자 권익 증진을 위해 힘 써달라”고 당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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