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U+ MVNO 파트너스 기자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인호 기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CJ헬로의 알뜰폰(MVNO) 서비스 ‘헬로모바일’ 존속 여부에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헬로모바일 논란과는 별개로 중소·중견 알뜰폰 기업을 위해 상생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 알뜰폰 시장 이통사 독주를 막던 헬로모바일을 LG유플러스가 흡수하면 시장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상생 정책 발표는 ‘허울뿐인 보여주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4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 알뜰폰 지원 프로그램 ‘U+ MVNO 파트너스’를 선보였다. U+ MVNO 파트너스에는 현재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12개사가 참여한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 5G 요금제 출시 지원 ▲알뜰폰 멤버십 제휴처 확대 ▲전용 홈페이지 제작 등 영업·인프라·공동 마케팅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 2월 LG유플러스는 이사회를 열고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3.92% 중 50%에 1주를 더한 8000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CJ헬로의 알뜰폰 서비스 헬로모바일이 화두가 됐다. 헬로모바일은 가입자 기준 알뜰폰 업계 1위 업체로, 업계 독과점을 막아내는 독행기업(Maverick)으로 꼽힌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합병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CJ헬로가 독행기업이자 알뜰폰 선도 사업자로서 이통3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판단했다. 이통사가 독행기업 역할을 하는 헬로모바일을 인수하는 것이 요금제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알뜰폰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에 선보인 U+ MVNO 파트너스는 헬로모바일 인수와는 별개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상생을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알뜰폰 업계가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매대가 인하에 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시영 LG유플러스 MVNO/해외서비스 담당은 “파트너스 프로그램의 여러 방안이 기존에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비용을 투입하는 부분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완해 간접적으로 도매대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직접 도매대가를 낮추면 대형 사업자들도 혜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상생 방안은 LG유플러스가 헬로모바일을 흡수해 ‘1사 1알뜰폰’ 원칙을 깨려고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허울뿐인 보여주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LG유플러스는 헬로모바일의 점유율이 지속 감소하는 추세에 독행기업으로 보기 어려운데다 U+ MVNO 파트너스는 헬로모바일과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 전원회의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경쟁업체를 제거하고 정부의 시정 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제외하면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 가입자 수는 전체 알뜰폰 시장 가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LG유플러스의 도매 가입자 중 자회사 미디어로그의 비중이 48.8%로, KT(19.5%)나 SK텔레콤(20.6%)에 비해 2.5배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헬로모바일까지 흡수하게 되면 자회사 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이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외에도 LG유플러스가 그동안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수백억원대 적자를 감수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알뜰폰 시장에서 중소 사업자 고사 위기를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알뜰폰 상생을 운운하는 것은 관련 업계를 기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17년 알뜰폰 1등이라는 목표 아래 권영수 LG 부회장이 직접 미디어로그를 방문해 450억원의 유상 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당시 일간지에 광고까지 게재하며 CJ헬로비전이 제거되면 경쟁이 저해된다고 했다”며 “CJ헬로는 여전히 알뜰폰 1위 사업자로 이통사와 경쟁이 가능한 유일한 사업자인데, LG유플러스는 3년 전과 달리 말을 바꾼 것이 공정위 전원회의와 과기부 심사를 앞두고 알뜰폰 관련 시정조치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을 위해 CJ헬로를 인수하지만 유료방송시장 상생이나 케이블TV 지역성·공공성 제고 방안 등을 발표한 적 없는데, 인수 심사에서 CJ헬로 알뜰폰 사업의 분리매각 등 인가조건이나 시정조치가 부과되는 것을 피하고 헬로모바일을 조건 없이 인수하는 것에만 관심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는 의견이 많다.

KT 관계자는 “극소수의 사업자를 위한 알뜰폰 상생 방안은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고 상생으로 인한 알뜰폰 활성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알뜰폰 활성화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LG유플러스가 헬로모바일을 인수하면 알뜰폰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통사가 복수 자회사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 경쟁력 저하 등으로 알뜰폰의 당초 정책취지가 훼손되기 때문에 정부는 사실상 1개 자회사로 제한하는 1사 1알뜰폰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는데, 그동안 1개 자회사만 유지했던 다른 통신사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사 1알뜰폰 정책을 두고도 LG유플러스와 경쟁사들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하기 전에도 2014년 KTIS·KT파워텔 알뜰폰 사업을 불허한 바 있다. KT에 따르면 KT는 2015년 KT엠모바일을 등록하며 1사 1알뜰폰 정책을 유지했고, 현재 1개 알뜰폰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박준동 LG유플러스 신채널영업그룹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저희는 망·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고 자회사나 알뜰폰 사업자가 맞는 채널을 만드는 것이 알뜰폰의 특색이다 보니 CJ헬로는 CJ헬로대로, 미디어로그는 미디어로그대로, KB는 KB대로 사업전략을 고민할 것”이라며 “LG유플러스는 그런 고민이 해결될 수 있도록 잘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U+MVNO 파트너스는 알뜰폰과 상생,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 토탈 솔루션”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책 마련을 통해 MVNO 사업자들이 향후 이동통신사에 준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