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고 없애고…‘문어발식 사업’에 흔들리는 정용진號
바꾸고 없애고…‘문어발식 사업’에 흔들리는 정용진號
  • 김민희 기자
  • 승인 2019.08.23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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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리는 정용진 버거, ‘노브랜드 버거’로 간판갈이
시장흐름 못 읽었나…자취 감추는 잡화점·H&B스토어
사진=김민희 기자
사진=김민희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줄줄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정용진 햄버거’가 시장 안착에 실패하며 지난 13일 브랜드를 교체했고, 잡화점 ‘삐에로 쇼핑’과 헬스앤뷰티(H&B)스토어 ‘부츠’의 폐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용진식 유통 혁명이 실패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신세계 푸드는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해온 버거 플랜트의 브랜드명을 ‘노브랜드 버거’로 변경한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매장은 19일 서울 홍대 근처에 첫 개장 했다.

버거플랜트는 오픈 전부터 정용진 부회장이 높은 관심을 보인 브랜드다. 실제 2017년부터 1년간 본사에 테스트 키친을 두고 있었으며, 정 부회장이 직접 시식을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1월 논현동에 버거 플랜트를 오픈, 3년 내 100개가량 점포를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는 인근에 위치한 SPC그룹의 ‘쉐이크쉑’과 경쟁 구도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거플랜트는 올해까지 총 2개의 점포를 내놓는 것에 그치며 사실상 점포확장에 실패했다.

이외에도 정용진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2015년부터 다양한 전문점 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삐에로쇼핑과 부츠 등 전문점의 영업 부진으로 2분기 영업적자는 18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6월 정 부회장은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만물 잡화점 ‘삐에로쇼핑’을 국내 오픈했다. 삐에로쇼핑은 정 부회장이 1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준비한 야심작으로 꼽힌다.

이곳은 2만5000여 종의 상품을 무질서하게 배치한 ‘B급 감성’의 만물상 콘셉트로 오픈 당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스타필드 코엑스점은 개점 한 달 만에 매출목표 140%를 달성하며 코엑스몰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는 듯했다.

그러나 개점 갓 1년이 지난 현재, 8개 점포 가운데 2개 점포를 연달아 폐점했다. 7월 31일 서울 논현점, 같은 달 28일 경기 의왕점이 문을 닫은 상태다. 전문점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이 낮은 점포를 폐지하는 과정이라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특히 H&B스토어 ‘부츠’의 실패가 가장 뼈아팠다. 부츠는 2017년 영국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BA)와 합작해 들여온 브랜드로, H&B업계에서는 후발주자로 꼽혔다. 소비자들은 부츠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상당수 들여올 것으로 대했으나, 사실상 기존 H&B스토어와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업계 1위인 올리브영은 물론 랄라블라와 롭스와도 눈에 띄는 차별점을 갖추지 못한 부츠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 서울 홍대·신논현역 등 임대료가 높은 중심 상권에 대형점포를 개점한 것 역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이마트는 전국 33개의 부츠 매장 가운데 15개만 남기고 순차적으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정용진 호텔로 불리는 ‘레스케이프’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명동에 문을 열었다. 중세 유럽으로 돌아간 듯한 프랑스풍 객실과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불어 안내방송 등의 이색적인 콘셉트는 역시 오픈 당시 소비자들로부터 큰 집중을 받았다.

그러나 소비자들 대부분이 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리고 있어 실질적인 호텔 사업은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하다. 레스케이프의 지난해 객실점유율은 30%를 밑돌았다.

레스케이프의 영업부진으로 신세계 조선호텔은 올 1분기 56억원의 영업손실을, 지난해 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세계 조선호텔 적자는 약 111억원에 달한다.

정용진 부회장은 식음료, 잡화점, H&B스토어, 호텔 등 분야를 넘나드는 ‘유통혁신’을 꿈꿨지만, 시장 현실은 냉혹했다. 신규 유통 사업의 잇단 실패로 이마트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적자 299억원이라는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전문성 없는 정 부회장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이마트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전문점 신규오픈 집중에 따른 비용증가와 일부 자회사의 실적부진을 이마트 적자의 이유로 꼽았다.

해당 관계자는 “전문점을 운영하는 것은 대형마트 외 미래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이라며 “일렉트로마트와 노브랜드 등 잘되는 전문점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삐에로쇼핑 역시 하반기 내 2~3개 추가 출점을 앞두고 있다. 다만 부츠 등 부진한 전문점은 구조조정을 통해 남은 매장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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