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훌쩍 고가폰 버젓이, 통신비 인하 실효성 의견 분분
통신업계 유통구조 ‘투명화’ 우선…과기부, 법제화 ‘신중’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업소. 사진=연합뉴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취지로 시작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놓고 도입 전부터 이해당사자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휴대전화 단말기 구매와 통신서비스 가입을 구분해 시장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통신사에서 휴대전화 단말기 구매는 물론 요금제 등 통신서비스를 함께 취급하고 있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통신사는 통신사끼리 경쟁하게 된다. 소비자는 스스로 단말기를 구입하고 희망하는 통신사와 요금제를 선택, 이용해야 한다. 자급제폰 시장 경쟁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통신비 절감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리베이트(판매장려금) 등 마케팅 비용이 기존보다 줄어 가계통신비 부담은 어느 정도 덜 것으로 판단된다. 마케팅 비용이 줄면 서비스 및 요금제 개선 등의 여력도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대리점·판매점 등에 지급한 판매장려금은 총 3조912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마케팅 비용(7조9740억원)의 49.1%를 차지한다.

3년간 이통3사가 통신매장에 지급한 판매장려금은 약 10조원에 달한다. ▲2015년 2조5470억원 ▲2016년 2조8980억원 ▲2017년 3조9120억원 등이다.

변 의원은 “3년간 10조원에 달하는 판매장려금이 고스란히 이용자의 통신요금으로 전가된다”며 “이동통신 유통망으로 흘러가는 비용이 이용자의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통신사들이 장려금 지급을 통한 경쟁에서 요금인하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잇달아 출시되는 상황에서 해당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가계통신비에는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돼 있다. 일부 요금제에서는 통신비 대비 단말기 할부금 비중이 더 높다.

사진=연합뉴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제조사 간 가격경쟁이 활발해져 단말기 출고가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독과점 성격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구조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 삼성, LG 등 주요 3사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일명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따져 중저가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올들어 중국산 중저가 스마트폰이 물밀 듯 밀려오고 있지만 주요 3사가 내놓는 플래그십 모델과 비교하면 선호도나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SK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판매된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 중 100만원 이상 모델의 비중은 39.9%로 같은 해 1분기(13.5%) 대비 3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90만원대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5.2%에서 19%로 뛰었다.

특히 애플은 단말기 자급률이 높은 해외에서도 꾸준히 고가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국시장에서 굳이 가격경쟁을 펼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중저가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은 사실상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인한 통신비 절감 효과를 느끼기는 힘든 셈이다.

또한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보조금이 줄어 되레 통신비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통신사에서 단말기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약정 25% 요금할인 등을 지킬 의무가 없어지게 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이통3사와 통신서비스 판매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판매점 등 소상공인 생계 위협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정부는 법제화를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해외에서 검증된 선례도 없을뿐더러 자칫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제화보다는 우선적으로 자급제폰 확대 등 시장 자율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선택약정 25% 요금할인을 유지하고 자급제폰을 확대해 내년 연말까지 자급제 단말기 규모를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완전자급제 취지를 실현하면서도 소비자 후생을 보장하고 일자리 충격도 최소화하는 완전자급제 모델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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