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마케팅 비용 축소 압박
카드사, 고객 혜택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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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내달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종합개편 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카드업계는 고객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내년 카드 수수료 규모를 약 1조원 줄이는 것으로 논의 중이다. 1조원은 지난해 8개 카드사 수수료 수익 11조6784억원의 8.6%에 해당하는 수치다. 1조원 가운데 7000억원은 밴(VAN)사 수수료 체계 개편, 소규모 가맹점의 수수료 환급제 등 당국이 발표했던 방안들의 인하 효과를 합친 금액이다.

밴(VAN)사란 카드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카드 사용 승인 중계와 카드전표 매입 업무를 하는 부가통신 사업자를 말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오는 11월 중 카드수수료 재산정 작업이 마무리 되도록 할 계획”이라며 TF에서 마케팅 비용 감축과 원칙에 맞는 배분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에 카드사들은 인하 여력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고 금융위는 마케팅 비용 감축을 통해 이를 해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가 크다.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려면 상품에 탑재된 서비스 축소 등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에 기존 약관 유지 기간 조정, 혜택 축소 내용을 담은 약관 승인 등을 요구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사들은 약관 의무 유지 기간 3년이 지나면 금융감독원의 약관 변경 승인을 받아 부가서비스를 변경 또는 축소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금감원은 2016년에 의무 유지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바뀐 후 지금까지 제휴사 변경 등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부가서비스 축소를 위한 약관 변경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의무 유지 기간 3년이 지나면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면서 “부가서비스 축소 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약관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여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미 발급받은 카드에 대해 기대하는 부가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부가서비스 축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와 소상공인들도 불만이다.

6개 카드사(KB·롯데·비씨·신한·우리·하나)로 구성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일방적인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 반대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측은 마케팅 비용 대부분이 고객들의 부가서비스 혜택이었던 만큼 비용 축소를 위해서는 서비스 축소가 수반돼야 하지만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이유로 약관 변경을 막고 있어 결과적으로 카드사의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지금처럼 카드사만 모든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면 인력 감축이 있을 수밖에 없고 구조조정 피해는 가장 힘없는 카드 배송·모집 노동자가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한국마트협회장이 카드수수료 관련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는 반대로 한국마트협회 측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종구 위원장을 만나 카드사가 대형가맹점에 대해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지출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등 불공정 문제 제기와 공정한 적격비용 산정 등을 건의했다.

마트협회 측은 카드사들이 대형마트에는 최저 0.7%까지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중소상인에는 2% 이상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최 위원장은 “마트협회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마케팅비용 구조 개선 등을 통해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와 카드사들은 지난 25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 방안을 놓고 첫 회의를 진행했으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고 추후 논의를 더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입장 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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