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플랫폼 경쟁 치열…스마트홈 상용화 ‘시기상조’
단순 기능 및 보안 취약 문제점 여전, 소비자 만족도↓

구글홈-구글홈 미니 국내 출시 행사.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서비스를 접목한 가전제품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IT·가전업체는 일명 ‘스마트홈’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홈은 가전제품을 비롯한 가정 내 모든 장치를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AI 생태계가 구축되면 이용자들은 무선인터넷이 내장된 가전기기를 말 한마디, 손가락 하나로 모두 관리·통제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은 구글 AI 스피커 ‘구글홈’은 지난달 국내 출시를 알렸다. 구글홈은 이용자의 음성·언어명령어에 따라 해당 서비스가 연동된 제품을 자동으로 켜고 끌 수 있도록 고안됐다.

구글홈 출시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가 발 빠르게 서비스 연동에 나서고 있는 만큼 관련 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추진 중인 AI 플랫폼 기술은 ▲가전제품 실행 ▲가스 원격제어 ▲냉난방 제어 ▲방범 및 방재 ▲건강관리 ▲가정 내 CCTV 모니터링 등이 있다.

AI 플랫폼 구축으로 시장 내 우위를 선점하려는 업계의 각축전이 이어지면서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디지털 전문 광고회사 나스미디어 ‘2018 상반기 미디어 트렌드’ 보고에 따르면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연내 약 300만대 규모로 전년(100만대) 대비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AI 생태계 구축의 선두에 선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AI 빅스비가 적용된 세탁기와 냉장고.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AI 서비스 ‘빅스비’를 활용, 오픈 플랫폼 ‘스마트씽스(SmartThings)’를 중심으로 스마트 가전시장을 이끌고 있다.

올해 선보인 ‘2018년형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를 구별해 각각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엄마와 아빠에게는 교통정보 및 주요 뉴스를 제공하고 아이들에게는 동요나 유튜브 채널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어 ‘2018년형 무풍에어컨’은 미리 학습해 익힌 사용자 선호 온도를 말 한마디로 설정하도록 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온도 조절 및 제어가 가능하다.

LG전자는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ThinQ)’를 내세우고 있다.

LG전자의 ‘씽큐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는 원하는 요리에 맞는 레시피 추천은 물론 냉장고 자체에 쇼핑 기능을 더해 식재료를 바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LG 휘센 씽큐 에어컨’은 에어컨이 스스로 판단해 실내가 더우면 냉방, 내부 공기가 탁하면 공기청정 기능이 가동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술이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AI 플랫폼 기반 가전기기들의 기능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피부로 와닿는 서비스는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AI 스피커 사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AI 스피커 이용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49%로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만족도가 높지 않은 이유는 ▲음성명령 인식이 잘되지 않는다(50%) ▲자연스러운 대화가 불가능하다(41%) ▲소음을 음성명령으로 오인한다(36%) 등이다. AI 플랫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음성인식 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활용이 적다는 지적이다.

LG 휘센 씽큐 에어컨. 사진=LG전자 홈페이지 캡쳐화면

또한 실제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단순 기능에 그친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소비자들은 AI 기능을 통해 ‘음악재생 및 검색(57%)’, ‘날씨 안내(55%)’ 등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에 AI 서비스가 도입되는 만큼 스마트홈 구축을 위해서는 각 가정 내 가전을 관련 제품으로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AI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는 A씨는 “AI 기능은 있어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없어도 큰 불편함이 없다”며 “냉장고나 에어컨,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닐뿐더러 활용도가 높지 않아 같은 제품이라면 AI 기능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I 스피커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교통 및 날씨 정보, 음악 듣기 정도다”며 “대화 기능도 있지만 질문하면 대답하는 식에 그쳐서 굳이 기계랑 대화할 필요성도 못 느끼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도 AI 플랫폼 구축 및 상용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AI가 수집하는 막대한 데이터 중에는 이용자의 생활 패턴이나 취향, 건강기록 등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플랫폼이 해킹될 경우 피해규모 역시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관련 제품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를 말하기는 시기상조인 측면은 있다”며 “다만 국내외 IT기업들이 보다 실생활에 밀접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스마트홈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보안 관련 정책 및 기술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판단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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