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을 후원했다, 삼성문화재단은 늘 1위였다 [마이케나스]

호암 기증으로 시작된 公器…리움과 합일까지 사립 미술관의 오늘, 이건희 선택에서 시작됐다 시테 레지던시 통해 신진작가 세계로 이끌어 고전 名器와 공연 플랫폼으로 클래식 후원 생태계 완성 동시대 감각으로 다시 쓰는 ‘문화 와 나’의 계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예술 뿌리 키워 홍라희 복귀, 삼성의 문화 철학을 잇다

2025-06-02     김영재 기자
사진=삼성그룹 그래픽=김영재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직접 취재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삼성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기업 재단, 그 이상의 존재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한국 문화·예술의 지형을 바꿔 왔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이 조직은 단지 무대를 마련하고 전시를 여는 일을 넘어, 예술이 어떻게 개인의 삶에 깊이를 더하고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지를 묵묵히 증명 중이다.

재단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며, 시대와 지역, 장르를 넘나드는 복합적 예술 생태계를 조성했다. 작가를 지원하고 공연을 열며, 예술이 세상과 만나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예술은 늘 중심을 벗어난 자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늘 이 재단이 있었다.

60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예술은 무엇을 바꾸는가.

한 기업의 후원은 어디까지 예술을 밀어 올릴 수 있는가.

◆전통과 오늘의 미술관

산 중턱, 호수를 끼고 앉은 미술관은 조용히 시간을 품는다. 

호암미술관은 1982년 4월 22일 문을 연 사립 미술관이다.

공사비로만 16억원이 투입된 이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공기公器’로 기획됐다.

“문화재를 모으는 데 정성을 기울인 것은 민족 문화유산을 지키고, 민족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자신이 모은 1167점의 문화재를 1978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하며, 공유와 보존이라는 가치를 실천에 옮겼다.

문화는 나눠야 한다는 신념 그리고 ‘감상과 연구의 장’인 미술관의 기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호암미술관의 정체성은 교육에 방점이 찍힌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학생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곳에서 한국 전통 미술의 세계를 경험하고, 그 안에서 창조적 영감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다.

창업자의 말대로, 이곳은 ‘민족 문화의 산 교육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호암미술관 수변 공간에 자리 잡은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1999). 원래는 리움미술관 정원에 있던 엄마 거미를 2021년 이곳에 새로 설치했다. 사진=삼성문화재단

또 1997년 개원한 정원 ‘희원’은 전시실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감상의 지평을 자연으로 확장하는 곳. 절제된 전통 조경이 미술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진경眞景의 장면을 완성한다.

현재 호암미술관은 겸재 정선의 회화 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진경산수화는 물론, 인물화와 화조영모화 등 총 165여 점의 대표작을 통해 겸재의 예술적 자취를 다각도로 비추고 있다. 겸재전은 종전에도 있었지만, 이처럼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성된 사례는 처음이라는 것이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재단은 1년 반에 걸친 개보수 끝에 2023년 미술관을 다시 열면서,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리움미술관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더욱이 고미술과 현대 미술을 나란히 선보이고 있다.

전통과 동시대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흐름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것이다.

◆거인은 마지막으로 이곳을 지나갔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 잡은 리움미술관은 비단 한국 미술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와 세계 미술이 서로 소통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생전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곳으로, 그의 마지막 운구 행렬이 잠시 멈췄던 장소기도 하다.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입니다.”

이 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이렇게 말하며, 예술이 지닌 사회적 책임과 공공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 신념에 따라 미술관은 수준 높은 소장품 전시와 기획전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성장해 왔다.

리움미술관 로비. 사진=삼성문화재단

소장품전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고미술 상설관인 M1에는 한국 전통 미술의 폭넓고 깊이 있는 세계가 펼쳐진다. 4층부터 1층까지 층마다 다르게 주제를 잡고 120여 점의 엄선된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은 도자기, 서화, 금속 공예, 불교 미술부터 목가구와 민화, 민속품, 전적典籍에 이르기까지 한국 전통 미술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그중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의 도자기는 소장품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곳을 대표하는 명품들이다.

4층에 마련된 ‘푸른빛 문양 한 점’에서는 고려청자의 신비로운 푸른빛을 만날 수 있다. 3층은 ‘흰빛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조선 시대 분청사기와 백자의 오묘하고도 맑은 색을 감상하는 공간이다.

2층 ‘감상과 취향’에서는 다양한 기법과 주제의 고서화를, 1층 ‘권위와 신앙, 화려함의 세계’에서는 불교 미술과 금속 공예, 나전 칠기 등에 담긴 선조들의 정신세계와 미감을 선보인다.

한편 M2에서는 올해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2월부터 ‘현대미술소장품’전이 진행 중이다. 한국 근현대 미술뿐 아니라 아시아와 서구 현대 미술까지 아우르는 이 전시는 문화·예술 발전을 향한 재단의 오랜 열정과 신념의 결실이다.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얀 보의 ‘우리 국민은’은 리움미술관의 역사와 정체성을 웅변한다. 

개관 이래 처음으로 공개된 솔 르윗, 리처드 디콘, 칼 안드레, 로버트 라우셴버그 등 현대 미술 거장의 작품과 최근 새로 소장한 루이즈 네벨슨, 한네 다보벤, 리 본테큐 등의 작품, 이우환과 김종영의 대표작이 서로 어우러지며 미술관의 예술적 깊이와 폭을 풍성하게 확장하고 있다.

재단은 해외 한국 문화재의 보존에도 힘을 기울인다.

최근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협력해 미국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이 소장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와 조선 후기 여성들이 입었던 혼례복인 활옷의 보존 처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 같은 해외 소재 문화유산 지원은 국내 사립 미술관 최초로 이뤄진 것으로, 리움미술관의 문화적 사명감을 한층 선명히 보여 주는 사례다.

◆15평의 파리, 창작은 거기서

파리 중심부, 마레 지구의 한편.

고딕 양식의 노트르담대성당과 센강이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전 세계 예술가가 한시적으로 삶을 옮겨 온다.

1965년 설립된 시테는 미술을 중심으로 음악, 무용, 건축,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가 함께 모이고 생활하는 공간. 시테는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é internationale des arts의 줄임말이다.

매년 약 1000명이 이곳에 머무르며 각자의 언어로 예술을 써 내려간다.

삼성문화재단은 1996년부터 시테에 50㎡약 15평 규모의 작업실을 장기 임대, 한국 작가의 파리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한불 문화 교류의 일환이자, 역량 있는 창작자에게 세계 예술 중심지에서의 거주 및 작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파리국제예술공동체. 사진=Maurine Tric/ADAGP

지금까지 25여 명의 작가가 이곳에 입주했다. 조용신, 윤애영, 금중기, 한성필, 로와정, 전소정, 오민, 김아영, 염지혜, 강민숙, 박지희 등이 그들이다.

지난해 삼성문화재단은 총 103명의 지원자 중 장효주 작가와 이은새 작가를 2025~2026년 입주자로 선정했다.

장 작가는 올해 4월부터 10월 초까지, 이 작가는 10월 중순부터 2026년 3월까지 현지에 머물며 활동을 이어 갈 예정이다.

재단은 입주 작가에게 항공료, 체재비, 활동 지원비 등을 지원하며, 작업실 사용료도 전액 면제된다.

또한 올 상반기에는 작업실 일부를 개보수해 보다 쾌적한 창작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입주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시테의 프로그램과 환경이 작가의 향후 활동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국제적 성장을 도모하고 대외 교류 확장의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리는 어떻게 길이 되는가

연주자에게 악기는 몸의 일부이자 마음의 울림이다. 하지만 예술적 역량이 뛰어나도 세계적 명기를 손에 넣는 건 대부분 꿈으로 남는다. 희소성과 천문학적 가격 때문이다.

삼성문화재단은 1997년부터 삼성뮤직펠로우십을 통해 이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16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사이 이탈리아 크레모나, 밀라노 등지에서 제작된 현악기 7대를 보유하고, 유망한 한국계 연주자에게 이를 무상으로 대여해 온 것이다.

첼리스트 한재민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지하 2층 강당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속 첼로가 삼성뮤직펠로우십을 통해 대여한 1697년산 조반니 그란치노다. (2023.08.26) 사진=삼성문화재단

과르네리 델 제수와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 조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바이올린, 가스파로 다 살로 비올라, 마테오 고프릴러와 조반니 그란치노 첼로, 루이지 만토바니 콘트라베이스까지, 이 악기들은 이내 한국 젊은 음악가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동반자가 됐다.

펠로우는 국내외 활동과 수상 실적, 전문가 추천 등을 토대로 예술성과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되며, 악기 보험료와 관리비까지 전액 재단이 부담한다. 대여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첫 수혜자인 오주영현 카타르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악장, 캐서린 심현 메트로폴리탄오페라오케스트라 단원을 시작으로, 클라라 주미 강, 김지연, 백나영, 문태국, 제임스 정환 김 등 20여 명의 연주자가 이 후원을 받았다.

삼성문화재단은 2023년부터 영재콘서트 시리즈도 열고 있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과 협력한 이 무대는 장래가 촉망되는 클래식 및 전통 음악 영재를 조명하는 자리다. 이 중 클라리네티스트 이세연은 국제클라리넷협회 주최 2024 클라리넷페스트 고등부 솔로 부문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바이올리니스트 손지우도 2025 요한슨국제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준우승에 올랐다.

앞으로도 재단은 젊은 연주자의 독주회를 개최하고, 무대 경험을 통한 예술적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영재콘서트 시리즈는 총 4회차가 계획돼 있다.

2024년 개관한 사운즈S는 음악을 기반으로 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리움미술관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 공간은 음악의 본질을 찾아가는 진지한Sincere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예술가의 다양한Spectrum 이야기가 공존하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뛰어난Superior 한국 예술가가 도전과 성장을 이어 가도록 지원하는Support 의미도 담고 있다.

관객과 연주자 사이에 벽이 없다. 숨소리까지 공유된다. 그리고 그 소리는 결국 기억이 된다.

50석 규모의 소규모 공연장으로, 매달 새로운 공연이 열린다.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예술가와 대중이 더 가까이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무대는 예술 후원이 ‘지원’을 넘어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와’로 연결하고, ‘나’로 사유하는 잡지

‘와 나’ 1호부터 10호까지의 표지. 사진=삼성문화재단

잡지 이름이 다소 엉뚱하다. ‘와 나WANA’.

그런데 이 이름이 곧 이 잡지의 철학이다. ‘공예 와 나’ ‘몸 와 나’ ‘글 와 나’ 등. 세상을 향한 접속사 ‘와’와 주체로서의 ‘나’가 만나 관계의 풍경을 그려 낸다.

삼성문화재단이 2022년 새롭게 창간한 ‘와 나’는 매년 세 번, 단 하나의 주제를 골라 사람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을 바라보는 ‘원 테마’ 매거진이다. 형식은 낯설고 내용은 탄탄하다.

이전까지 재단은 ‘삼성문화’(1981년 창간), ‘문화와 나’(1996년 재창간)를 통해 전통문화의 정수를 전하고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고찰해 왔다. 현재 ‘와 나’는 그 흐름을 이으며 동시대 감각과 호흡하는 교양지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발행된 주제만 봐도 이 잡지의 시선은 뚜렷하다. 4호 ‘밥 와 나’, 5호 ‘명품 와 나’, 6호 ‘바이닐 와 나’, 7호 ‘수집 와 나’, 8호 ‘노이즈 와 나’, 9호 ‘선물 와 나’ 그리고 10호 ‘나 와 나’까지.

이 리스트는 일반적 제목을 넘어, 우리가 무엇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무엇으로 나를 사유하는지를 질문한다.

문화·예술 애호가 3500명과 도서관·미술관·박물관 등 1500개 기관에 무료 배포 중이다.

◆예술의 현장을 정밀하게, 더 깊게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은 공연장 조명 아래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대 뒤, 그 누구보다 정교한 손길로 소리를 조율하고 예술을 떠받치는 이들을 위한 지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삼성피아노톤마이스터 프로그램이 그 중심에 있다.

2017년 시작돼 올해로 9년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유능한 피아노 조율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체득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기회를 제공해 왔다.

가와이, 스타인웨이, 야마하, 자일러, 뵈젠도르퍼 등 세계적 피아노 제작사로 총 30명의 연수생을 파견했고, 기술 세미나 개최와 심화 교육 과정 등도 병행하며 조율사의 전문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울리히 게르하르츠 스타인웨이 영국 지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삼성문화재단 국내 피아노 조율사 심화 교육 과정에서 조율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24.08.30) 사진=삼성문화재단

2024년에는 일본 시즈오카에 위치한 야마하 본사에서 4주간 해외 기술 연수를 진행하고, 울리히 게르하르츠 스타인웨이 영국 지사장을 초청한 국내 기술 세미나 및 아시아 조율사 교류의 장인 제5회 아시아피아노조율사협회총회를 동시 개최했다. 

예술 외연을 넓히는 데에도 재단은 적극적이다.

삼성문화재단은 한국메세나협회가 주관하는 기업과예술의만남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업과 문화·예술 단체의 1:1 결연을 통해 예술 단체에는 안정적 창작 기반을, 기업에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기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파트너십이다.

재단은 2006년 정악正樂 연주 단체 정농악회와 현대 무용 그룹 댄스시어터까두를 시작으로, 2010년부터 ▲시각 장애인의 미술 창작을 돕는 시각장애인예술협회 ▲문화 소외 계층과 예술을 나누는 한국표현예술문화협회 ▲장애인 및 비예술 전공자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로사이드 등을 후원해 왔다.

2024년부터는 세계판소리협회와 손잡고, 판소리를 축으로 한 축제와 학술 연구 등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전통의 맥을 잇고 대중도 판소리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이건희 死後, 여전히 중심에서

삼성문화재단이 지향하는 미래는 기존의 전시 중심의 미술관 운영을 넘어선다.

시대를 읽고, 예술의 내일을 그리는 플랫폼이 되는 것. ‘시대와 함께하는 미술관LEEUM with the times’이라는 비전 아래, 재단은 예술이 사회와 사람 사이에 놓이는 방식을 깊이 고찰하고 있다.

재단은 ▲창의와 실험 ▲다양성과 포용 ▲경험과 공유라는 세 가지 가치를 중심축으로 내세운다.

전 세계 예술에 대한 동시대적 연구와 컬렉션을 바탕으로 작가들과 함께 현대 예술의 창의적, 실험적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이질적 장르와 목소리를 품는 포용의 공간이 되고자 한다. 나아가 관객과의 열린 관계 속에서 예술로 함께 성장하는 나눔의 생태계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수치數値로도 입증된다. 실제로 삼성문화재단은 2023년 한국메세나협회가 실시한 기업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에서, 기업 출연 문화 재단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조사에서 2010년 이래 문화·예술 지원 1위를 단 한 번도 놓친 적 없다.

또 재단은 메세나대상의 전신인 제1회 문화예술지원기업대상(1999)에서 미술관 운영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기증도 문화 지원의 근간이 됐다.

2020년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이 남긴 약 2만 3000점의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국민의 문화 향유권 확대는 물론, 국내 미술관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2028년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기증품을 전시·보존할 가칭 송현동 국립문화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며, 착공은 올해 12월로 예정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사진=연합뉴스

2017년 리움미술관 관장직을 내려놓았던 홍라희 전 관장이 8년 만에 명예관장으로 복귀한 것도 미술계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겸재 정선’전 개막식에서 홍 전 관장을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으로 공식 추대했다.

관성적 복귀가 아니다. 1995년 시아버지인 이병철 창업회장이 세운 호암미술관 관장직에 취임한 그는 지난 30년간 삼성문화재단의 문화 사업을 상징해 온 인물이다. 

문화 공헌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의 철학과 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

홍 명예관장이 리움미술관 및 호암미술관 전시 기획과 관련해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를 답해 달라는 질의에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명예관장은 미술관의 운영 전반을 조언하고, 앞으로 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자문을 맡게 된다”며 “국내외 문화·예술계와의 교류 증진은 물론, 공익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리움미술관 관장은 공석이며 취임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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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 태광이 지은 예술이다
CJ가 일으킨 창작의 메아리
수막새가 웃을 때, 첨단이 미감을 자아낼 때
―60년을 후원했다, 삼성문화재단은 늘 1위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