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 美 FDA 신약 허가 앞둬
오픈이노베이션 통해 제2, 제3 렉라자 찾는다
15년 만에 부활한 회장·부회장 “많은 인재 필요하다”

사진=유한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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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국내 1위 제약사를 넘어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가속화하고 있다. ‘렉라자’의 글로벌 신약 허가가 가시화되고 있고, 포스트 렉라자 후보물질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국내외 고위급 전문가 영입 걸림돌도 회장직 신설을 통해 해결했다.

매년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는 유한양행의 최대 결실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이다. 렉라자는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30% 정도의 환자에서 EGFR 변이가 발생한다.

사진=유한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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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8월 FDA 승인 여부 결정…연내 美 출시 가시화

렉라자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같은 해 보험급여를 획득했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올해 초부터 1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도 적용됐다. 오는 8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승인 여부가 결정됨에 따라 이르면 올해 미국 내 출시가 가능해진다.

렉라자는 최근 처방약급여관리업체(PMB) 중 옵텀Rx와 서브유Rx에서 미국 내 시판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약품 명단에 등재되기도 했다. 미국 의료보험시장에서 의약품 유통 핵심 역할을 하는 처방 약 관리업무 대행업체 PMB은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어 의약품 목록을 선별·유지하고 약제비 청구에 대한 심사와 지급 등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관리비와 함께 제약사가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 PBM이 발간하는 처방집에 등재되어야만 미국 시장 내 판매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 기술이전·공동개발 등 신약 파이프라인 집중

유한양행은 제2, 제3의 렉라자 개발도 도전 중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사이러스테라퓨틱스, 카나프테라퓨틱스와 소스원단백질(Son of Senenless homolog 1, SOS1) 저해제 기반의 항암제 후보물질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2080억원(순매출에 따른 경상 기술료 별도)이다. 계약금 60억원과 향후 개발, 허가 및 매출액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이 계약에 포함됐다.

유한양행이 기술이전받은 SOS1 저해제는 KRAS(크리스틴RAS) 저해제나 EGFR 저해제 등과의 시너지 효과로 치료효과를 높이고,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KRAS, EGRF 돌연변이는 폐암·대장암·췌장암 등 유병률이 높고 미충족의료수요가 큰 암들의 대표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시장성 측면에서도 잠재력이 클 것으로 에상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5월에도 국내 바이오텍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제이인츠바이오로부터 HER2(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를 타깃으로 하는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 ‘JIN-A04’의 기술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4298억원이다. 계약금 25억원과 향후 개발, 허가 및 매출액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한다. JIN-A04는 비소세포폐암의 HER2 유전자를 타깃하는 경구용 TKI 신약 후보물질로, 현재까지 이를 타깃하는 승인된 경구용 약물은 없다. 비임상에서 효과도 확인했.

또 2020년 7월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술도입한 알레르기 치료신약 ‘YH35324’는 최근 인상적인 임상결과가 나오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유한양행은 YH35324가 고알레르기 반응으로 면역글로불린E(IgE) 수치가 높아진 환자에게도 효능을 보였다는 내용의 임상 1a상 결과를 국제면역약리학회지에 발표했다. YH35324는 lgE(면역글로블린E) 수준을 낮춰 알레르기 증상을 개선하는 Fc 융합단백질(항IgE트랩) 신약이다.

2018년 에이비엘바이오에서 기술도입한 면역항암제 ‘YH32367’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YH32367은 유방암, 위암, 담도암 등 다수의 HER2 발현 고형암에서 기존 항암 치료에 내성을 보인느 확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상반기까지 임상 1상 용량 증량 시험의 환자 모집을 마치고, 하반기 최적 용량 설정을 위한 시험 개실르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이뮨온시아와 공동개발 중인 PD-L1, TIGIT 2중 타깃 면역항암제 ‘YH41723’은 오는 4월 5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4)’에서 최초 공개 예정이다. YH41723은 종양세포가 발현한 면역관문인 PD-L1과 결합해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이중항체다. 면역관문 표적인 TIGIT과도 결합해 T세포를 추가로 활성화시킨다. 

◆ 순혈주의 타파…지도자급 인재 모신다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3월 김열홍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영입해 연구·개발(R&D) 총괄사장에 앉히고, 종양질환군 관련 R&D 역량 강화 임무를 맡겼다. 김열홍 총괄사장은 지난 15일 열린 유한양행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되기도 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유한양행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회장·부회장 직제를 부활시키는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약 95%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지난 2009년 삭제됐던 직제가 15년 만에 다시 살아난 것이다.

유한양행은 앞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하며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가 필요하고, 외부 인재 영입 시 현재 직급보다 높은 직급을 요구하는 경우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도 의안 통과 전 “제약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신설에 다른 사심이나 목적이 있지 않음을 명예를 걸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직원이 제기한 특정인이 회장직에 오르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가 아닌 인물도 사장·부사장으로 선임할 수 있으며 ‘대표이사 사장’은 ‘대표이사’로 변경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그간 정관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명시해 있었기 때문에 사장 직급만이 대표이사가 될 수 있었지만, 이번에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문구가 삭제됨에 따라 어떤 직급이던 대표이사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고위급 외부 인재 영입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유한양행은 창립 100주년이 되는 오는 202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오른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9년 1382억원, 2020년 2195억원, 2021년 1783억원, 2022년 180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1354억원을 R&D 비용으로 투자해 5년간 총 8514억원을 집행했다.

◆ 국내 1위 넘어 글로벌 제약사 발돋움

유한양행 시무식에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 시무식에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앞서 조 대표는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진입하기 위해 렉라자가 혁신신약으로 성공적으로 출시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제2, 제3의 렉라자를 조기에 출시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회사 가치를 높이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조 대표는 주주총회 인사말에서도 “글로벌 갈등 국면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의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주주님들의 뜨거운 성원과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하에 다양한 성과를 이루는 한해였다”고 평한 후 “2년 후 다가올 유한의 100년사 창조를 위해 올해 글로벌 혁신 신약으로 당당하게 서게될 렉라자를 필두로 유한양행의 비전인 ‘Great Yuhan, Global Yuhan’을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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