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환해졌다…삼화페인트공업이 칠했으니까 [마이케나스]

맞춤형 벽면 도료로 완성하는 전시 공간 경기 문화·예술 활성화에 앞장서다 서울 및 종로·강남·중랑에 새로움을 “공립미술관 위주 지원 확대할 것”

2025-02-10     김영재 기자
사진=삼화페인트공업 그래픽=김영재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직접 취재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올해로 창립 79주년을 맞이하는 삼화페인트공업이하 삼화페인트. 회사는 페인트를 단순 색을 칠하는 도구로 보지 않는다. 대상을 보호하는 일명 ‘안심 재료’로서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 철학은 제품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바닷바람에 부식되는 배를 보전하고, 녹이 스는 자동차를 감싸며, 사람과 건물을 유해 가스와 세월의 흔적으로부터 지켜 낸다.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전을 만드는 것이 페인트의 본질이라는 신념이다.

이런 가치에서 기업의 대외 슬로건 ‘삼화니까 안심이다’가 출발했다.

지난 10여 년간 삼화페인트는 이 철학을 제조 외 타 영역에도 확장해 왔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전시장에서 작품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벽면 도료를 제공하고 있다.

컬러·디자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면서도 도료 제조사의 본질을 지켜 그 둘 간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전시회 속으로 스며든 삼화페인트

삼화페인트는 지난 2014년 윤태은 작가와 협력한 ‘퍼스트 인카운터First Encounter’전을 자사 매장에 연 것을 시작으로 그간 컬러와 예술의 접점을 탐색해 왔다. 공간의 색채를 다채롭게 꾸며 대중이 풍성한 문화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최근 몇 년간 ▲환경운동가이자 사진작가인 나탈리 카르푸셴코의 국내 첫 개인전그라운드시소 성수 ▲김환기 탄생 11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뮤지엄 가이드’환기미술관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및 라울 뒤피 사후 70주기 회고전 ‘라울 뒤피 : 색채의 선율’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작사 스튜디오지브리의 공동 설립자를 조명한 ‘스튜디오 지브리-타카하타이사오’전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등에 도료를 협찬했다.

‘라울 뒤피 : 색채의 선율’전 내부. 사진=삼화페인트공업

특히 ‘라울 뒤피’전이 삼화페인트의 품질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예술의전당 전시에서는 주로 해외 브랜드의 고품질 페인트가 사용됐으나, 이 전시에서는 내부에 삼화페인트 제품이 사용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전시 선별에 관해서는 규모가 그 기준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신 객관적인 기준과 종합적 판단이 적용되며, 일반 도료 협찬을 넘어 각 전시의 취지와 작품 스타일에 적합한 맞춤형 컬러 및 맞춤형 콘텐트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관람객이 공감하고 경험할 수 있는지를 중요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며 “홍보성 전시가 아닌,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고 새로운 시각에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경기 지역 미술관과 손잡다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지역민과 방문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힘쓰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미술관 및 지자체 등과 업무협약이하 MOU을 체결하고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지원해 왔다.

회사 안산공장이 위치한 경기도에서 2015년부터 경기도미술관과 협력해 지역 사회 컬러 문화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당시 회사는 협약을 통해 주부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컬러 교육 등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미술관과 함께 개발했으며, 기획 전시에 컬러 컨설팅도 제공했다. 컬러 문화 콘텐트에 대한 공동 기획 및 지원 등에도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2024년에는 미술관과 경기도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해 지역 사회 문화·예술 콘텐트에 대한 협력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현재 회사가 도료를 협찬한 ‘그리는 곳이 집이다’ ‘알고 보면 반할 세계’전이 미술관 1, 2층에서 열리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삼화페인트는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경기도미술관이 주관한 30여 건이 넘는 전시를 협찬해 왔다. 

삼화페인트는 도자 예술의 가치를 조명하고 활성화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2021년에는 경기도 산하 공공 기관인 한국도자재단과 MOU를 체결하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자 예술 분야에서 보다 깊이 있는 협력을 약속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 MOU로 삼화페인트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등 재단에서 진행하는 행사 및 전시의 컬러 제안과 도료 협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컬러와 도자 예술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양평군립미술관과 MOU를 맺고 첫 협력 추진 사업인 ‘민정기 아카이브전-놓치지 못하는 풍경’에 도료를 협찬했다.

삼화페인트가 분석한 민정기 작가의 제3시기 작품 색채. 사진=삼화페인트공업

이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센터가 민 작가 작품에 시기별 색채 분석을 진행해 이를 바탕으로 시각 콘텐트를 제작했다는 점이다. 작가의 예술적 변화와 그가 사용한 컬러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풀어냄으로써 관람객이 작품 메시지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왔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경기도미술관과 한국도자재단은 지역 사회 대표 공립미술관으로 오랜 기간 당사와 협력 중”이라며 “양평군립미술관의 경우는 먼저 문의를 주셨다. 양평군립미술관은 다른 지역 미술관과 비교해 규모가 크고, 지역 문화 발전의 취지도 맞아 새로 협력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예술을, 그리고 배움을 넓히다

2024년에 서울시립미술관후원회 세마인SeMA人[in]과 서울 시민 문화 향유 증진을 위한 문화·예술 발전 지원 사업 MOU를 체결했다.

그 결과물로 북서울미술관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전을 시작으로 세계적 거장 노먼 포스터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서소문본관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전, 최근에는 동시대 한국 작가를 조명하는 연례전의 일환이자 김성환 작가의 국내 국공립미술관 첫 대규모 개인전인 서소문본관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를 협찬했다.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전 내부. 사진=삼화페인트공업

이 중 ‘노먼 포스터’전에 관해 이상희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센터장은 “60년대부터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 온 노먼 포스터의 건축만큼 삼화페인트도 지속 가능한 트렌드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있다”며 “세마인과 함께 더 많은 전시에 더 적합한 컬러 페인트를 협찬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와도 2022년 공공 디자인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맺고, 이외에도 구가 추진하는 문화·교육 사업에도 협력 중이다.

삼화페인트는 종로구 소재 중학교를 대상으로 기업 연계 융합형 창의 교육인 컬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 세대가 색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한다”고 이상희 센터장은 말한다. 그 시선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다. 

교육은 색의 이론과 상징, 효과를 설명하며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색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컬러 기술과 전문가의 노하우를 공유해 학생들이 직업을 간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2023년 첫 교육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2025년에도 해당 사업을 지속한다.

같은 해, 서울 강남구와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해 도시 발전을 위한 사업 연구 및 아이디어 발굴 등에 함께하고 있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삼화페인트는 고객뿐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 발전과 사회 공헌 활동을 소중히 생각하는 기업”이라면서 “환경 개선을 기본으로 국민들의 질적 삶을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2 아트X스트리트 갤러리. 사진=삼화페인트공업

삼화페인트는 강남구에서 주최하는 국내 최초 거리 예술 경연 대회인 2022 아트프라이즈 강남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논현가구거리 활성화와 구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진행된 경연 및 전시였다. 삼화페인트는 신진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자 후원을 결정했다.

‘지구를 지키는 착한 공존’을 주제로 공사장 가림막 페인팅 행사도 열렸다. 제1회 아트프라이즈 수상 작가인 임솔몬, 홍채연 작가와 주민들이 가림막에 그림을 그렸다.

서울 중랑구 중랑문화재단과 2024년 MOU를 체결한 후 첫 전시로 ‘실감미디어로 보는 그림책: 수박 수영장’전을 지원했다.

삼화페인트는 전시에 고품질 수성 페인트를 사용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작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시 공간을 조성했다. 자사 에폭시 바닥재도 적용해 중랑아트센터의 노후화된 바닥을 보수했고, 휠체어 이용객도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이상희 센터장은 무장애 전시로 진행되는 만큼 그 취지에 공감해 페인트 외에 바닥재와 시공도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는 컬러에 소외된 이웃 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모두의 예술을 위한 色

삼화페인트는 2024년 10월 경기문화재단 주최 경기문화예술상생포럼에서 경기도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장을 받았다.

23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기문화예술상생포럼에서 이상희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센터장(오른쪽)이 감사장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0.23) 사진=삼화페인트공업

페인트 산업은 제조업 기반의 기업간거래B2B가 중심인 시장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산업 구조를 가진 분야지만 삼화페인트가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의도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우리는 색을 만드는 회사다. 문화·예술 지원을 단순히 사업적 측면으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컬러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본질적 철학에서 출발한 행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보다는 다채로운 컬러와 이를 통한 보다 아름다운 사회의 구축이 우리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문화·예술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립미술관 위주의 지원 사업을 확대해 나가며, 지역 사회에도 폭넓은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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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