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장학재단, 외손녀 장혜선 손끝에서 피어나는 신격호의 꿈 [마이케나스]
창업주 문학적 열망, 샤롯데 문학상으로 재탄생 클래식 예술가 꿈 돕는 자립 지원 프로젝트 “올해는 시범…예술 지원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Mecenat. 그 어원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이 마이케나스에 빗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매주 직접 취재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메세나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사회에 변화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1983년 설립돼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롯데장학재단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시작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학술 진흥이 주요 사업이었지만, 현재는 문화 지원 활동을 통해 문인 및 예술인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외손녀인 장혜선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은 이러한 활동을 주도하며 롯데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던 신 명예회장의 정신을 기반으로, 롯데는 새 시대 예술가를 지원하며 그들의 꿈을 현실로 구체화하고 있다.
“롯데의 후원이 공모 참여를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말이 정말 기뻤어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니요. 작은 후원이지만 큰 의미가 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죠.” 지난 8일 서울 중구 롯데빌딩 26층 롯데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장 이사장은 신격호 샤롯데 문학상을 통해 세상과 희망을 나누는 기쁨을 이렇게 전했다.
◆청년 신격호의 꿈, 샤롯데 문학상으로 이어지다
이 문학상은 젊은 시절, 문학에 남다른 열정을 품었던 신 명예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사명社名 롯데가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를로테Charlotte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특히 이 상은 창업주 이름을 딴 대한민국 최초의 문학상으로 그 의미가 깊다.
이런 신격호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자 시작된 신격호 샤롯데 문학상은 국내문인에게 창작 활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모쪼록 다른 분들이라도 대신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상”이라며 "샤롯데 문학상이 많은 문인에게 새로운 영감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대한민국 만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소설과 시, 수필 세 부문으로 작품을 공모했다. 최종 9명을 선정해 오는 10월 중 시상 및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대상 3명에게 각 2000만원, 최우수상 6명에게 각 500만원, 총 90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재단 관계자는 “선발 과정은 ‘공정’과 ‘청렴’을 원칙으로 총 3차에 걸쳐 진행된다”며 “과거 출판문화대상의 경우 상금 대부분이 출판사로 돌아가 작가가 받는 비중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문학상을 개편해 작가가 상금을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장학재단은 이뿐만 아니라 샤롯데 독서미술대전도 지원하고 있다. 이 대회는 전국의 초·중·고등학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미술 작품으로 표현하는 행사다. 수채화, 아크릴화, 웹툰, 포스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창의성과 독서에 대한 흥미를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 대상 3명과 최우수상 6명, 우수상 6명 등을 선정하며, 총상금은 2500만원이다.
장 이사장은 "이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그 책 속에서 발견한 감정을 예술로 표현하며 자기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인 자립 지원 프로젝트, 꿈을 현실로 만드는 힘
샤롯데 문학상과 독서미술대전 외에, 롯데장학재단은 예술인 자립 지원 프로젝트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M컬쳐스와 협력해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음악적 재능이 있는 학생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예술가가 경제적 어려움 없이 그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예술가 개개인의 능력을 향상하고, 공연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개발해 아티스트가 자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예술 전공 학생 지원 부문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전공자 중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발굴하고, 대학 졸업 때까지 학업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기성 음악가 지원 부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아티스트가 그 재능을 포기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게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
장 이사장은 "예술인이 그의 재능을 발휘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은 1년 단위로 진행되며 ▲예술 전공 학생 2명 ▲기성 음악가 3명 ▲클래식 교육 웹 콘텐트 제작자 1명까지 총 6명의 예술가를 지원한다. 지난 5월 대상자 선정이 완료돼 현재 장학금을 통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향후 롯데재단은 본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대상자들과 함께 소외 계층 아동·청소년 등을 초청, 신격호 자선 오페라 공연을 연 2회 개최할 예정이다.
◆메세나의 가치, 롯데재단의 예술 후원과 미래
롯데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복지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은 올해 18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더 많은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했다. 지난해보다 30억원 늘어난 액수다. 롯데장학재단은 총 158억원을 배정받아 다양한 문화 후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장 이사장의 지도 아래, 롯데재단의 메세나는 여러 예술가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롯데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을 지원하며, 신격호 명예회장의 ‘꿈’을 현대에도 이어갈 것이다.
장 이사장은 “한국에는 재능 있는 예술가가 매우 많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자신의 꿈을 미처 펼치지 못한 채 예술과는 다른 길을 걷는 분도 계신다. 그분들이 예술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샤롯데 문학상, 예술가 자립 지원 등 올해 신설된 문화·예술 관련 사업은 재단의 시범 사업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을 알게 됐고, 관심도 점차 깊어졌다. 예술 분야에 대한 재단의 지원을 점진적으로 늘려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재단의 뿌리를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할아버지께서 재단을 설립하셨을 당시, 그 목적은 결코 재력을 과시하기 위한 게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순수한 마음이 더 컸죠. 꿈과 희망을 나누며, 이를 통해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고 하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와 재단이 하는 모든 활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표현보단 부디 마음에서 우러나서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할아버지의 뜻이며, 제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아닐까요?”
그는 “선순환이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롯데재단에서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과제”라며 “솔직히 과거에는 ‘이게 과연 달라질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먼저 세상을 돕기 시작하면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앞으로도 사회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이 선순환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전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마이케나스]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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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