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칼럼] ‘탄핵’ 의미부여보다 韓·美 정책 변화에 주시하는 국면

2025-02-03     news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긴 연휴 기간에도 가장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화제 중 하나는 아마도 연일 뉴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탄핵 관련 뉴스였다.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고 나라의 방향이 걸린 문제인 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태가 발발하고 전개되는 흐름에 따라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경계하고 있는 것은 경제지표의 변화나 환율 같은 가격변수의 변동에 대해 지나치게 탄핵 사태와 같은 이벤트의 영향을 크게 보고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진행 과정의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사태가 발발한 후 두 달 가까이 지나며 초기 충격은 흡수되고 있는 시기에도 여전히 탄핵의 영향으로 지표를 해석하는 시선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해석을 경계하는 이유는 비연속적인 이벤트인 탄핵 국면의 영향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경우 현 상황에 한 판단과 향후 대응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대한 해석이다. 기존 한은 전망치와 기대치를 크게 밑며 우리나라 경기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는데 대부분의 기사 헤드라인은 ‘계엄쇼크’와 이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장식하고 있다.

기존 전망치에 못 미친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성장률이 과연 탄핵 영향 때문일까? 그 영향은 제한적이며 부진한 성장률의 주된 요인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11월까지의 경제활동을 토대로 봐도 기존 전망보다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었다는 점이다. (2024년 12월 30일 기고문 참조)

산업활동 동향을 토대로 경제성장률을 추산한 단기 모형을 보면, 11월까지 산업생산을 통해 구해본 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의 11월 전망치인 1.7%나 3분기 성장률 1.5%보다 낮은 전년동기대비 1% 대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10월과 11월 우리나라 경제는 한은이나 다른 예측 기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경기 둔화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비상계엄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인만큼 이 이벤트보다는 교역 여건의 악화와 내수의 부진이 기대보다 더 심화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는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다. 비상계엄 국면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원·달러 환율은 어떤 요인 때문이었을까?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연결되며 환율이 급등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시기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되고 트럼프 정책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반영되는 국면과 겹친다.

다만,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부터 2017년 1월 트럼프 1기 출범과 최근 당선에서 2기 출범까지 원·달러 환율을 비교해 보면 놀라운 일치율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환율의 기본적인 흐름이 국내의 정치적 요인보다는 트럼프 발 불안의 크기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예를 열거하는 이유는 현황에 관한 판단과 전망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부진한 4분기 경제성장률과 147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의 주된 요인이었다면 이 요인이 소멸하면 성장률은 다시 반등하고 환율은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이벤트의 충격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상당 부분 흡수돼 있으며 불확실성에 기반한 과도한 우려가 잦아드는 국면이라는 판단이다. 설 연휴를 지나며 탄핵 사태는 제도적인 해결 과정에 한발 더 진전되고 있다. 경제나 금융시장 측면에서 국면이 전환된다는 판단이다.

설 연휴 이후에도 여전히 뉴스의 많은 부분을 탄핵 관련 뉴스들이 채우겠지만, 투자자의 시선은 이 이벤트보다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 방향에 추세적인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인 변수를 주시하는 방향으로 맞춰질 필요가 있다.

하나는 공약에 기반을 둔 부풀려진 우려에서 벗어나 점차 구체화고 있는 트럼프 정책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판단해 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의 축은 ‘비상계엄 사태로 맞이한 권력의 공백 탓에 기존 재정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탄핵과 선거 국면을 거치며 지난 2년과 얼마나 다른 정책이 만들어질 것인가?’ 여부에 집중된다.

양방향이 모두 열려있는 만큼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국면이고 이후 하방 압력이 다시 커질 수도 있겠지만, 트럼프 정책이 공약에서 후퇴하는 정도와 대내적으로는 지난 2년과 다른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2025년 경제는 우려와 부진한 수치에서 출발하지만, 연초 기대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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