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마트? HIGH마트?

[파이낸셜투데이=김용진 기자] 롯데하이마트가 가격 거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초특가세일’ ‘파격세일’ ‘폭탄세일’ 등 군침 도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을 유혹한 뒤 ‘뒷통수’를 치고 있다는 것. 하이마트 측은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선정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표했지만 하이마트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하이마트는 우리나라 최대의 가전제품 도소매업체로 전국 약 44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과 내비게이션, 휴대폰, 매트리스, 사무용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다양한 품목과 브랜드의 제품을 한 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점과 판매 상담원의 친절한 고객응대 덕분에 많은 소비자들이 방문해 왔다. 하지만 가격 면에서 만큼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마트 가격 거품 논란은 일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동일한 제품의 가격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시작했다. 동일한 제품이 인터넷보다 하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 심지어 몇몇 제품은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인터넷상에는 하이마트를 통해 제품을 구입했다가,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는 소비자들의 후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프린터 잉크를 구입하기 위해 하이마트를 방문했다가 예상치 못한 가격에 깜짝 놀란 경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블랙과 컬러잉크 3가지 구입 시 인터넷에선 4만7000원밖에 하지 않는 가격이, 하이마트에서는 무려 10만7000원이나 한다”며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하이마트에게 배신을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하이마트측이 정가 6만8000원짜리 믹서기를 할인된 가격인 4만5000원에 판매하겠다고 제안해 선뜻 구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라인 오픈마켓에 검색을 해 본 결과 2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돼 마치 사기당한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비쌀수록 가격차↑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구매 후기는 고가 제품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최근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컴퓨터를 절대 하이마트에서 사지 마십시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누리꾼은 “아버지가 노트북을 인터넷 가격보다 100만원이나 비싼 220만원에 구매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노트북에 대해 잘 모르시는 아버지가 윈도우 설치 서비스와 3년 무상 AS서비스에 혹해 구매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에선 630만원 광명에선 886만원
하이마트 “억울, 추가할인·혜택 제공”

같은 하이마트임에도 불구하고 점포별로 천차만별인 가격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 소비자는 동일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포 간 각기 다른 가격으로 인해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이 소비자는 “다른 점포에서 가격 상담을 하고 오겠다고 말했더니, 다른 점포가 제시하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 하겠다”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점포에서도 역시나 같은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하이마트에서 76만원에 구입한 에어컨 가격이 다른 매장에서는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지 궁금해 가격을 알아본 결과, 3만원이 저렴한 73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하이마트에서 물건을 사려면 여러 매장에 전화를 걸어 최저가격을 알아보고 구매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점포마다 다른 가격

실제로 조사해본 결과 하이마트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 가격의 차이는 천차만별이었다. 또 같은 하이마트 매장이더라도 지점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점포의 ‘삼성 쉐프 컬렉션 냉장고(용량 958ℓ기준)’의 가격은 639만원.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점포에서의 가격은 886만원으로 두 점포 간 가격 차이는 약 200만원이다. 동일제품의 인터넷 가격은 500만원으로 오프라인 매장과 최대 380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에서도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그램 14인치 노트북(4GB·SSD 128GB 기준)’의 서울 점포 가격은 138만원. 경기도 점포에서의 가격은 142만원으로 서울 점포와 4만원의 가격 차이가 났다. 해당 제품의 인터넷 가격은 최저 99만원에서 최대 130만원대로 하이마트 오프라인 매장과 40만원 가량 가격 차이를 보였다.

▲ LG노트북의 서울,경기,인터넷 가격.

하이마트측은 가격 논란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임대료와 인건비, 점포 운영비용, 배송 및 설치비용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가격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추가 할인과 다양한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홍보업계 관계자는 “가격 거품 논란 등 하이마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금 당장 매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마트는 점포수는 매년 크게 늘어나는 것에 비해 영업이익률은 줄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조7543억원으로 전년보다 6.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9%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11년 7.6%에서 지난해 3.8%까지 떨어졌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