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매장 간판. 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 매장 간판. 사진=연합뉴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 점유율 1위로, 지난달 신세계 그룹의 추가 지분인수를 통해 사실상 국내 기업이 된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코리아)의 은행권 진출 여부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 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를 통해 신사업과 타분야 기업과의 협업 등 사업 추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5일 네이버와 차별화된 온·오프라인 고객 경험 확대를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스타벅스가 운영 중인 리워드 프로그램과 네이버의 플러스 멤버십 간 연계를 통해 차별화된 온·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확대하고, ‘제페토’와의 협업으로 메타버스 속 스타벅스 매장 오픈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협력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은 향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구체적으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 서비스 출시 가능성도 점쳐진다. 네이버는 이미 네이버페이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금융 및 리워드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핀테크 업체를 제외하고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단연 스타벅스이기 때문이다.

2014년 스타벅스코리아거 처음 도입한 사이렌오더는 전 세계 표준이 됐다. 고객은 사이렌오더를 통해 선불카드에 돈을 충전한 후 음료를 주문할 때 사용하는데, 2016년 500억원이던 선불충전금은 ▲2017년 629억 ▲2018년 941억 ▲2019년 1292억 ▲2020년 1801억원 등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현금 없는 매장’ 운영으로 사이렌오더 이용이 많아진 것이 선불충전금 규모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선불충전금 규모는 카카오페이(3101억원)보다는 적지만, 토스(1301억원), 네이버파이낸셜(1264억원)보다는 큰 것이다. 커피 프랜차이즈이지만, 사실상 대형 핀테크 업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핀테크 업체와는 달리 스타벅스는 이 돈을 이용하는 데 규제가 없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이 언젠가 찾아갈 돈이기 때문에 은행의 요구불예금의 성격을 띄는데, 이는 금융사들의 사업 밑바탕이라는 점에서 스타벅스의 금융권 진출 가능성 배경이 되곤 한다.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스타벅스의 26일 기준 시가총액은 158조원에 달한다. 미국 스타벅스는 선불충전금 액수를 자세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약 1조원에 달하는 규모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를 사실상 핀테크 업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급격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회사도 금융회사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금융권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배경은 탄탄한 자본력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미국 스타벅스인터내셔널의 관계사인 SBI Nevada, Inc.에 지급하는 로열티만 해도 매출액의 약 5%를 차지한다. 특히, 가장 많은 로열티를 지불했던 2019년에만 934억원가량을 지급했다. 배당금과 더불어 대규모 금액을 지불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력이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스타벅스코리아를 핀테크 업체로 간주하며, 쌓아둔 선수금은 금융업 진출했을 경우 추후 밸류에이션에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IB업계 전문가는 “스타벅스는 2019년, 2020년 각각 6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본사에 내야 했는데, 이를 차치하더라도 재료비, 기술비, 상표권 등의 로열티도 상당한 액수”라며 “커피브랜치에서 금융업계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은 참 까다롭고, 복잡한 일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규제 아래 자본금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좋은 사업 수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업계에 오래전부터 스타벅스가 금융업 진출을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어 왔다”면서 “사이렌오더로 선불충전금이 많이 쌓여있는데, 이는 사업 다각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가 내후년 정도 부터는 상장에 욕심을 낼 수 도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며 “기존 한국 토종 커피브랜드들이 선뜻 상장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카페업으로서의 자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기준, 국내에만 1500여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코리아는 1조92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644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승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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