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기업가치 42조원
메타버스, 2030년 1700조원대 시장 형성 전망
네이버 제페토도 글로벌 이용자 2억명 확보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최근 ‘메타버스’로 전환된 것처럼 메타버스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으킨 급격한 디지털 전환이 메타버스의 규모를 키웠고, 비대면 경제가 대두되며 새로운 고객층 ‘MZ세대’에 주목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24일 ‘싸이월드’ 서비스를 인수한 싸이월드제트에 따르면 부활하는 싸이월드는 아바타, 가상세계 등 메타버스 개념을 적용한 모바일 버전과 ‘도토리’를 대신할 가상화폐가 도입될 예정이다. 싸이월드제트는 인트로메딕, 스카이이앤엠, 투자회사가 모여 설립된 법인으로, 증강현실(AR) 등 콘텐츠 제작사 에프엑스기어와 서비스 로드맵 등을 진행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메타버스(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의 저자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메타버스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실 세계, 물질의 세상을 아날로그 지구라고 한다면 메타버스는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이자 디지털화된 지구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히는 로블록스는 뉴욕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23일(현지시간) 기준 시가총액 42조4420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로블록스의 샌드박스 게임 ‘로블록스’는 게임을 넘어 그 안에서 게임 등 창작물을 만들고, 제공되는 플랫폼에 올려 다른 이용자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게임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앱 마켓이나 ‘스팀’ 같은 플랫폼이 됐다는 평을 받는다.

메타버스는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온라인 세계는 발전해왔고, 코로나19 이전에도 디지털 지구는 존재했다.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고도화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결혼으로 이어졌고, 싸이월드의 전국적 열풍과 뒤를 이은 페이스북·트위터의 급성장은 졸업 후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도와주는 등 ‘소통’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냈다.

메타버스의 명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메타버스에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메타버스를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MZ세대는 1980년대~1990년대에 태어나 PC의 비약적인 성장을 어렸을 때부터 체험한 세대와 스마트폰·태블릿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1990년대~2000년대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모바일 기기가 성숙기를 맞이한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는 MZ세대 중 밀레니얼 세대를 1989년을 기점으로 전기 밀레니얼, 후기 밀레니얼로 구분하고 있다. 1989년 이후 출생자는 2008년 금융위기, 수능등급제, 스마트폰의 등장, 88만원 세대, 촛불집회 등 2008년을 전후로 괄목할 만한 사회변화가 있었고, 이런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20대라는 설명이다.

2019년 당시 MZ세대를 분석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MZ세대를 상징하는 5대 키워드로 ▲다양한 삶을 만나는 것을 추구하는 세대 ▲온라인에서 누구와도 친구가 되는 성향 ▲콘텐츠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판을 열고 노는 ‘판플레이’ ▲소유보다는 향유를 추구하는 클라우드 소비 ▲도덕적 감수성과 사회참여에 예민한 점을 꼽았다.

MZ세대가 SNS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층이라는 인식이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각광 받으며 MZ세대가 비대면 경제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고객층으로 발전한 것이다. 나이,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익명인 상태에서도 온라인에서 만났다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콘텐츠가 있다면 2차 창작에도 적극적인 것이 대표적인 MZ세대의 특징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는 공통의 취향이 담긴 콘텐츠 하나로 MZ세대는 가벼운 관계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컨셉친(Concept+친구)’라는 개념을 정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MZ세대는 주로 현실에서 아는 사람들과의 감정노동을 최소화하고 나이, 성별, 직업도 모르는 사람들과 언제든 연결이 끊어져도 타격이 없는 ‘느슨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온라인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어떤 기업의 주 타깃 고객층이 1030세대라면 이들이 주로 이용하고 활동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BTS는 지난해 9월 전 세계 최초로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에픽게임즈의 게임 ‘포트나이트’ 내 ‘파티로얄 모드’로 공개한 바 있다. 한국의 로블록스로 평가받는 네이버의 ‘제페토’에서 지난해 9월 열린 블랙핑크 아바타의 팬 사인회에는 4600만명이 몰렸다.

이런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기업들의 마케팅·프로모션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MZ세대에서는 느슨한 관계지만,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특정한 집단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들은 SNS별로 모이기도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모인다.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팬덤을 형성하고, 기업과 소통하며 팬심을 더 견고히 하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자주 회자 되는 ‘찐팬(진정한 팬)’이라는 말은 이렇게 모인 사람들을 일컫는 것으로, 기업이 많은 마케팅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기업의 팬덤이 자발적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새로운 팬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래서 최근 산업계에서는 메타버스의 주 소비층인 MZ세대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LG전자는 지난 21일 닌텐도 스위치용 ‘모여봐요 동물의숲(이하 동숲)’을 활용한 LG 올레드 TV 마케팅을 펼치며 MZ세대 수요를 공략한다고 나섰다. LG전자는 동숲 내 ‘올레드(OLED) 섬’과 ‘릿(LIT) 섬’을 만들고 올레드 TV를 알린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번 동숲 마케팅이 디지털 기기, 온라인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메타버스 요소를 접목하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선 당시 동숲 안에서 선거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상균 교수는 저서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 세계만으로는 인류의 소통, 탐험, 성취에 관한 욕망을 충족할 수 없다. 그래서 인류는 메타버스를 만들고 그 세계에서 새로운 소통, 탐험, 성취를 탐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메타버스를 창조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은 확신한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을 넘어설 길을 찾고 싶다면 메타버스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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