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4분기 영업익 9% 증가했지만 재고 부족 여전
인텔 “공급 문제 해결 위해 85억 달러 투자 예정”
AMD, 4분기 영업이익 YoY 12배 이상 증가…3세대 호성적
올해 인텔 ‘코멧레이크’-AMD ‘라이젠 4세대’ 경쟁 예정

(왼쪽부터) 그레고리 브라이언트 인텔 부사장, 리사 수 AMD CEO. 사진=연합뉴스

PC CPU 업계 압도적 1위를 지켜온 인텔을 향해 AMD가 여전히 매서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인텔이 재고 문제 등으로 잠시 주춤한 사이 AMD가 ‘라이젠’ 시리즈로 치고 올라온 가운데, 양사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의 라이벌 관계가 경쟁을 촉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만년 2인자’였던 AMD가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인텔의 국내 PC CPU 판매량 점유율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뒤 왕좌를 12월 말까지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AMD는 지난해 7월 판매량 점유율 50.18%를 기록한 이후 12월 53.69%까지 하반기 동안 꾸준히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했다. 이에 관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라이젠 3세대 CPU가 점유율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많다. 라이젠 3세대 CPU는 지난해 7월 출시됐다.

인텔과 AMD의 경쟁은 결과적으로 양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AMD의 공세에 주춤한 인텔은 PC CPU 점유율이 다소 낮아졌지만, 서버용 제품으로 실적을 견인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AMD는 라이젠 3세대의 호성적에 힘입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40% 늘었다.

인텔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은 전년 대비 8% 늘어난 202억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68억달러라고 밝혔다. 인텔의 성장은 데이터 센터용 제품을 만드는 데이터센터그룹(DCG)가 견인했다. DCG는 관련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MD의 4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50% 성장한 21억2700만달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배 이상 늘어난 3억4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40% 성장했다. 머큐리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AMD 4분기 데스크톱 PC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8.3%, 모바일 부문은 4% 오른 16.2%를 달성했다.

AMD가 라이젠 3600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는 동안 인텔은 14nm 생산라인에서 양산 차질이 생겨 재고 부족 문제를 마주하게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자체 생산 외에도 위탁 생산을 하기로 결정하고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과 협력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85억달러 이상을 생산시설 확충 및 차세대 공정을 위한 장비 구매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PC CPU 가성비 측면에서는 당분간 AMD가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인텔 CPU는 신규 라인업이 나오면 CPU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메인보드까지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급형 CPU라고 해도 신제품은 30만원 내외의 가격을 형성하는데, 해당 CPU와 호환되는 메인보드도 20만원가량 하기 때문에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식이다.

AMD는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인텔 CPU와 비슷하거나 조금 모자란 성능을 내지만 가격이 보다 저렴하고, 기존에 AMD 호환 메인보드를 사용하고 있다면 메인보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거기에 재고 부족으로 인텔 CPU 가격이 오르면서 AMD에 호재가 됐다. 특히 국내 PC 하드웨어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라이젠 시리즈의 내장 그래픽 코어 성능이 뛰어나 사무용 PC 등 그래픽카드(VGA)를 별도 구매하지 않는 경우 라이젠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다.

CPU 양대 라이벌 인텔과 AMD의 경쟁은 2020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인텔은 ‘코멧레이크’로 불리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올 상반기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성능이 유출된 i9-10900K는 10코어 20스레드의 최상위 모델로 i9-9900KS보다 13%가량 높은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AMD CPU 중에서는 라이젠 9 3950X와 비슷한 성능이다.

AMD는 지난달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데스크톱 및 노트북용 CPU와 그래픽 제품군을 공개한 바 있다. AMD가 CES에서 공개한 제품들은 ▲AMD 라이젠 7 4800H ▲AMD 라이젠 74800U ▲3세대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3990X 프로세서 ▲라데온 그래픽 탑재 AMD 애슬론 3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등 4종이다.

한편 현재 세계적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인텔과 AMD 양쪽에 모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텔과 AMD에게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요가 줄게 됐다. 이에 인텔의 재고 부족 문제가 완화될지, AMD 매출 감소로 이어지게 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