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슨

넥슨레드의 ‘프로젝트G’, 네오플 ‘스튜디오42’ 등 넥슨의 게임 개발 프로젝트팀이 잇따라 해산하고 있다. 구조조정 공포가 사내로 번지면서 넥슨 노조가 사측에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 정도다. 이에 일각에서는 넥슨이 하지 않겠다던 ‘인위적 구조조정’이 이름만 바꿔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넥슨 노조, 3일 고용안정 보장 촉구 집회 개최

2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는 오는 9월 3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판교 사옥 앞에서 진행한다. 이는 게임 업계의 첫 노조 단체 집회다.

스타팅포인트는 오는 9월 3일 오후 12시 20분부터 판교 넥슨 사옥 앞에서 지난 1년의 활동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이슈 환기 및 구호제창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집회 현장에는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 카카오 ‘크루유니언’ 등 게임 및 IT 업계의 다른 노조도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팅포인트는 지난 27일 오후 2시 분당경찰서에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스타팅포인트는 넥슨지티·넥슨레드 사원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안내서를 통해 “올해 초 매각설, 매각이 불발된 뒤에도 이어지는 조직 쇄신에 대한 뉴스, 연이은 프로젝트 중단, 떠도는 소문 등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고용불안 속에서 우리는 회사에 고용안정에 대한 약속과 노동자에 대한 존중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집회는 최근 넥슨레드의 수집형 RPG ‘프로젝트G’ 중단 등 잇따른 개발 프로젝트팀 중단에 따른 것이다. 스타팅포인트에 따르면 현재 프로젝트G를 개발하던 인원 80여명은 프로젝트 중단에 따라 전환배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전환배치는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팀원이 사내 다른 팀으로 가거나 회사를 떠나는 행태를 뜻한다.

또 넥슨은 27일 띵소프트가 8년 동안 개발해 지난 5월 베타테스트를 실시했던 ‘페리아연대기’의 개발도 중단했다. 페리아연대기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12’에 ‘프로젝트 NT’라는 이름으로 처음 유저들을 만났다. 넥슨코리아는 자회사 네오플을 통해 638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스튜디오를 이끌던 황재호 PD가 사임하며 네오플의 ‘스튜디오포투(STUDIO42)’도 해산됐다. 스튜디오42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협업해 모바일 해양 탐험 어드벤처 ‘데이브’를 개발하던 곳이다. 2020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던 모바일 퍼즐 게임 ‘네 개의 탑’ 역시 개발이 중단됐다. 데이브와 네 개의 탑 모두 지스타 2018 넥슨 부스에 출품됐던 게임이다.

◆ 개발 스튜디오 수장들도 넥슨 떠난다…구조조정 공포 사내로 확산

이번 프로젝트G 중단, 페리아연대기 중단, 스튜디오42 해산 이전에도 넥슨 개발 ‘7대장’ 중 2명이 회사를 떠나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조성된 적 있었다. 넥슨은 현재 모바일사업부와 PC사업부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위해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의 효자상품 ‘던전앤파이터’의 아버지이자 네오플 창업자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머니투데이 단독보도에 따르면 넥슨 매각 작업의 핵심으로 꼽혔던 박지원 최고운영책임자(COO)와 7개 개발 스튜디오를 진두지휘한 정상원 개발총괄부사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반승철 불리언게임즈 대표와 김희재 원스튜디오 대표가 퇴사했다.

넥슨은 현재 개발조직을 넥슨코리아 산하 ▲데브캣스튜디오 ▲왓스튜디오 ▲원스튜디오와 개발 자회사 ▲띵소프트 ▲넥슨지티 ▲넥슨레드 ▲불리언게임즈 등 7개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독립 스튜디오를 지휘하던 띵소프트와 불리언게임즈·원스튜디오 등 주요 스튜디오 수장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넥슨 내부에 자발적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60%까지 감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고, 김정주 대표가 허민 대표를 영입하면서 많은 권한을 줘 김정주 대표가 ‘내 밑으로 다 정리하라’고 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넥슨이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 이후부터 프로젝트 중단 같은 것에 거리낌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각 프로젝트팀들은 개발 중인 게임을 시연해볼 수 있도록 ‘VIP 빌드’를 게임별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대표가 영입 중인 것으로 알려진 허민 대표가 개발 중인 게임들의 VIP 빌드를 시연해보고, 사업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인력을 전환배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점은 노조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 지회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VIP 빌드를 개발하고 있다고는 들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조직개편과 함께 다수의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자발적 희망퇴직을 통한 대규모 인력감축을 명절 상여금이 나오기 전인 추석 전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피바람이 불 것 같은 분위기에 VIP 빌드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지스타 출범 후 첫 불참이라는 결정이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 “프로젝트 중단은 권고사직으로 이어지는 악습”

넥슨의 잇따른 프로젝트 중단과 개발 스튜디오의 총괄 프로듀서들의 퇴사 등으로 넥슨 사내에는 인력감축 공포가 퍼지고 있다. 특히 다수의 프로젝트가 중단되며 게임 업계의 대표적인 고용불안 요소로 꼽히는 전환배치 인원이 많아지자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배 지회장은 “프로젝트 중단은 권고사직으로 이어지는 게임 업계의 고질적인 악습인데, 그런 것을 떠나 이런 일이 겹쳐서 일어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내 다른 프로젝트팀에 30명 정도의 공석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20명이 개발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20명이 그대로 다른 팀에 흡수되지만, 100명이 개발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20명이 개발하던 프로젝트 5개가 중단되면 다른 팀으로 흡수되지 못하는 인원이 나온다는 것이다. 배 지회장은 “이런 상황이라면 사실상 구조조정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책상을 복도에 빼놓고 아무 일도 시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넥슨레드 관계자는 “프로젝트G 개발은 7월말 종료됐고, 80명 중 3분의 2는 사내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배치가 완료됐고, 나머지 인원은 넥슨컴퍼니 내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넥슨 관계자는 “스튜디오포투는 회사 차원에서 정리한 것이 아니라 디렉터가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면서 해산하게 됐다”며 “사업부 통합은 주기적이지는 않지만 자주 있는 조직개편의 일환이다. VIP 빌드나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외부 및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며 게임성을 점검해왔으나, 유저분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페리아연대기 개발을 중단했다”며 “출시를 기다려 주신 유저분들에게 죄송한 말씀드리며, 페리아연대기의 개발 경험을 발판으로 유저분들에게 더욱 큰 재미를 드릴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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