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신세 졌습니다”…‘영원한 국민배우’ 이순재 별세, 향년 91세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다.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25일 새벽 눈을 감았다.
지난해 말부터 건강이 악화돼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인 이순재는 영화 ‘햄릿’을 그가 배우가 된 계기로 꼽는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고,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브라운관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작은 MBC ‘동의보감’(1991), ‘보고 또 보고’(1998-1999), KBS2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 ‘엄마가 뿔났다’(2008) 등이 있다.
MBC ‘허준’(1999-2000)에서는 ‘동의보감’에 이어 다시 한번 유의태 역을 맡기도 했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에서 노년 연기자로서 파격 변신을 시도, ‘야동 순재’라는 애칭을 얻었다.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2013-2018)를 통해서는 일명 ‘직진 순재’로도 불렸다.
김수현 작가와 인연이 깊은데, 특히 MBC ‘사랑이 뭐길래’(1991-1992)에서 대발이 아버지 이병호를 연기해 가부장적 남성 역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연극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2023년에는 ‘최고령 리어왕’이라는 타이틀로 연극 ‘리어왕’ 재연 무대에 섰다. 2022년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무대에 올리며 신인 연출가로 데뷔했다.
지난해 KBS2 ‘개소리’(2024)에 이순재 역으로 출연해 KBS 연기대상 대상을 받았다.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순재는 수상 소감으로 “미국의 캐서린 헵번 같은 할머니는 30대 때 한 번 타고 60 이후에 세 번 탔다. 우리 같으면 전부 공로상”이라며 “60 먹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시청자 여러분께 정말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는 인사도 남겼다.
이순재는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최근까지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큰 별, 이순재 선생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추모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선생님께서 남기신 작품과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전해질 것”이라며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은 예술인이자 국민배우였던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KBS는 서울 여의도 본관 2층에 오는 30일까지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고인을 기리는 뜻에서 유작 ‘개소리’ 1~4회와 단막극 ‘드라마시티-십분간, 당신의 사소한’(2006)을 편성한다. KBSN에서 27일과 28일에 걸쳐 ‘개소리’ 전 회차가 방송된다.
MBC도 추모 다큐멘터리를 편성해 오는 28일 방영 예정이다.
고인의 장례식장은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 20분에 엄수된다. 장지는 경기 이천시 에덴낙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