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조의금 많이 받고 웃었던 나, 가족이란 ‘웃픈’ 존재입니다”

‘고당도’ 언론시사회…내달 10일 개봉 강말금 “가족의 소중함 깨닫는 인물 연기해”

2025-11-25     김영재 기자
영화 ‘고당도’ 스틸컷. 사진=트리플픽쳐스

“찍으면서 과거 제가 겪었던 ‘웃픈웃기면서 슬픈’ 상황을 많이 떠올렸죠. 제게 가족은 그런 존재입니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빚쟁이 신세. 이에 아버지의 가짜 장례식을 꾸미는 일회 역의 배우 봉태규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고당도’ 언론시사회에서 “과거 아버지께서 사고로 돌아가셨다. 당시 오랫동안 백수로 지낸 처지를 고려해 어머니께서 조의금 중 많은 몫을 내게 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 상황이 황당했지만, 마침 돈이 생겼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조카의 ‘의대’ 등록금을 아버지 부의금으로 충당하려는 두 남매가 주인공인 작품. 이들이 거짓 장례식을 치르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이 주 내용이다. 권용재 감독이 단편 ‘조의JOY’(2019)를 확장, 이를 입봉작으로 선보였다.

평소 제철 과일을 좋아했다는 권 감독은 인생에 그 제철이 100번도 안 남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면서, 부모를 뵙는 것 또한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과일과 가족의 이야기를 한데 엮었다고 연출 변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그 맛을 규정할 순 없지만 등장인물들이 계속 감을 씹고 삼킨다. 그게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가족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며 “가족은 좋아서 가족이거나 싫어서 가족이 아니다.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해서 가장 큰 상처를 남기는 게 가족”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강말금이 일회의 누나이자 일명 ‘장례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는 간호사 선영 역을 맡았다. 원작 ‘조의’에서 간호조무사를 연기한 데 이어, 다시 또 같은 맥락의 배역을 연기할 수 있어 기뻤다고 소감을 전한다.

그는 “선영은 K장녀고 머리가 좋다는 개성도 있다. 감독님께서 ‘배드 지니어스’란 영화를 레퍼런스로 제시하셨고, 그런 논리적 두뇌를 잊지 않으려 했다”며 “아버지 임종 소식을 듣고 ‘멘붕멘탈 붕괴’으로 하루를 시작, 의절했던 동생도 오고, 우울하고 끔찍한 하루가 펼쳐진다는 전제 역시 잊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본인이 똑똑하다며 살거든요. 아버지도 필요 없고, 동생도 필요 없다면서요. 그렇지만 만일 가족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죽는다면, 그들이 아무리 미워도 자신도 결국 온전치 못할 것임을 깨닫는 인물이죠.”

본작이 ‘미나 문방구’(2013) 이후 12년 만의 장편 출연작인 봉태규는 상대 배우 강말금 덕에 연기가 수월했다며 현장에서 그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회상했다.

때문인지 둘의 얼굴이 실제 남매처럼 똑 닮아 보이는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이 언급에 강말금은 “태규가 모니터를 하고 나면 ‘나 너무 못생겼어’ 하고 내게는 ‘누난 우리 중 제일 예뻐’ 했는데,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며 “우리가 닮았다는 말을 들으니 웃음이 난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냐”고 항변했다.

이 영화는 내달 10일 개봉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