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결 포착”…학고재, 유리 개인전 ‘투명한 고리’ 개최

2025-11-24     김영재 기자
유리 개인전 ‘투명한 고리’ 전경. 사진=학고재

학고재가 내달 20일까지 유리 작가(b.1994)의 개인전 ‘투명한 고리’를 연다.

작가가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으로, 52여 점의 신작이 소개된다.

유리는 오랜 기간 ‘연결성’을 핵심 주제로 삼아 작업 세계를 확장해 왔다. 서로 다른 층위인 언어와 시각 언어, 회화와 매체, 그림과 종이, 내부와 외부, 자아와 타자 등에서 의미가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경계의 해체’보다 ‘관계의 구성’에 더욱 가깝다. 작가는 이를 시각적 언어로 구체화하며, 추상적 개념인 연결성을 형상화된 사유의 장으로 확장한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첫째, 존재와 부재의 연속성에 대한 탐구다. 장례식장의 초와 생일 케이크 초, 근조 리본과 선물 상자 리본처럼, 상반된 의미를 지닌 사물이 유사한 형태를 띤다는 사실에서 작가는 중요한 통찰을 얻는다. 동일한 형태가 전혀 다른 감정의 층위를 품을 수 있다는 점, 그 미묘한 전환이 바로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작가는 이러한 상징적 전환의 순간을 포착해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분리된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반사하며 이어지는 순환적 시간임을 드러낸다. 이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상실과 애도를 사유하는 하나의 윤리적 방법론이다.

둘째, 서로 다른 존재 간의 다양한 연결 구조에 대한 탐색이다. 작업에서 ‘투명한 고리’는 단단한 고리가 아니다. 끊어지지 않은 채 유동적으로 흐르는 관계의 상징이다. 개인의 내면과 외부 세계, 감각과 사유, 개인과 사회를 잇는 다층적 구조로 확장된다.

작가는 교차하고 순환하는 삶의 흔적 속에서 우리를 감싸는 투명한 관계망을 그려낸다. 감각적으로는 인지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이 흐름을 회화와 책이라는 두 매체를 통해 가시화한다.

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관계의 결을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이자, 언어 이전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탐구하는 결과물”이라며 “서로 다른 존재가 교차하고 스며드는 하나의 ‘투명한 고리’로서 조용한 울림으로 우리 곁에 머물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