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미래, IMA ‘수익 제한·손실 부담’ 딜레마...전략 갈렸다
국내 첫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나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서로 다른 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한다. IMA 특유의 비대칭 수익구조가 두 회사의 전략 차이를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내달 중 기업금융에 특화된 IMA 첫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에서 보여온 운용 방식의 차이가 IMA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시장 출발부터 두 회사의 전략이 엇갈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런 전략 차이는 IMA 상품의 비대칭적 수익 구조와 관련된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조인 반면, 증권사에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어 시장 접근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모험자본 의무비중 확대…고위험 자산 편입 압력도 가중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IMA 지정 및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에 관한 의견’ 보고서에서 IMA의 비대칭적 수익구조를 지적했다. 투자자산에 손실이 나면 증권사가 대부분 떠안지만, 수익이 나면 운용보수와 성과보수 일부만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고서는 “고위험·고수익 자산을 편입하더라도 증권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품 설계 시 수익과 위험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MA는 고객이 맡긴 자산을 증권사가 운용하는 신탁 구조로, 투자자는 실적배당을 받으면서도 원금보장이라는 안전판을 갖는다. 반면 증권사는 자산이 부실해질 경우 대부분 손실을 부담하고,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운용보수와 성과보수의 일정 부분만 가져가는 구조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의 25%를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모험자본에 배정해야 한다.
모험자본 투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이다. 중견기업이나 A등급 채권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은 전체 의무액의 최대 30%까지만 포함된다. 나머지 70%는 중소·벤처기업 증권이나 A등급 이하 채무증권 등 고위험 자산에 편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두 회사와 키움증권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실질적 모험자본 공급과 건전성 관리를 당부했다. 서재완 금감원 자본시장 부원장보는 2022년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를 예로 들어 특정 자산군 쏠림 위험을 경고하며, 만기 구조와 자금 흐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한신평은 “고객 유치를 위해 고수익성 IMA 상품 경쟁이 과열되고 비우량 자산 비중이 커지면 부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증권사는 손실을 부담하고 유동성 압박에도 직면하게 된다”고 예측했다.
◆ 기업금융 역량 VS 단계적 확장, 전략 갈림길
두 회사의 전략 차이는 이미 발행어음 사업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한신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지난 9월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18조7000억원으로 자기자본 12조219억원의 156% 수준에 이른다.
2017년 업계 최초로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이후 다년간 기업금융 딜 발굴 역량을 축적해왔으며, 운용마진율도 1.5% 이상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발행어음과 IMA가 원금 지급 의무가 있는 상품인 만큼 운용 원칙을 ‘안정적 수익률 확보’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발행어음 사업자로서 다양한 기업금융 딜을 발굴해온 경험이 있어 18조원대 발행어음 자금을 무리 없이 운용해 왔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기자본 12조원과 순자본비율(NCR) 3839%를 기반으로 IMA 운용에서도 리스크 관리 체계를 충실히 적용할 것”이라며 “제도 취지에 맞게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도록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제도 초기 안정형 상품을 우선 공급하되, 일부 포트폴리오는 성장성 높은 지분증권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기업대출과 인수금융 등 국내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운용하며 글로벌 펀드를 통해 수익률을 향상시키는 전략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 5월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했으며, 올해 9월 기준 잔액은 8조3000억원으로 인가받은 4개 증권사 평균인 11조원보다 적다. 안전자산 중심으로 보수적 운용을 펼치고 있어 마진율도 1% 미만에 그친다는 게 한신평의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선별적 투자 전략으로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단기적인 잔고 확대보다 글로벌 투자 역량과 벤처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양질의 IMA 2호·3호 상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적배당형 1호 상품을 시작으로 배당형과 프로젝트형 상품으로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금 책임은 지면서 수익은 제한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두 회사가 각자의 강점을 살린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규모로 승부하느냐, 안정성으로 승부하느냐에 따라 IMA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