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흥국생명, ‘이지스운용 인수’ 놓고 ‘맞승부’...‘치킨 게임’ 가나
한화생명, 자기자본 중심 안정성 강조 흥국생명, 본사 매각·후순위채로 실탄 확보
국내 최대 부동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을 두고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이 맞붙었다. 본입찰에서는 외국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자금 조달 측면에서 밀리면서, 사실상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일 마감된 이지스운용 본입찰에는 한화생명, 흥국생명,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최대주주 손화자 씨의 지분 12.4%와 재무적 투자자(FI)의 보유 물량 등을 합친 66.6%다. 대신파이낸셜그룹과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 등 지분까지 더해질 경우 최대 98%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본입찰에서 한화생명과 힐하우스는 지분 100% 기준 약 1조원, 흥국생명은 약 9000억원 수준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화생명, 자기자본 중심 ‘안정성 카드’
한화생명은 그룹 오너 3세인 김동원 사장이 직접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과 한화리츠 등 계열사가 존재하지만, 그룹 내 대체투자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올해 상반기 운용자산을 살펴보면, 대출채권과 유가증권이 9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그룹 차원의 부동산·대체투자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수를 위한 자금 방안은 자기자본(에쿼티) 중심의 자본조달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부채 확대를 최소화하고, 회사 현금 및 그룹의 유동성을 활용해 안정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올 상반기 기준 한화생명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374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를 활용하면 1조원대 인수자금을 자체 조달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인수자금으로 충당하면 자본건전성 지표인 새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단순 계산 시 160.3%에서 153%로 낮아질 것이란 추정이다.
◆ 흥국생명, 본사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보험 계열사다. 흥국자산운용과 흥국리츠운용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이미 본사 부동산을 매각 등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흥국생명은 최근 서울 광화문 본사 건물을 흥국코어리츠에 7193억원에 매각하며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이달 중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기존 채권을 차환한 뒤 1200억원의 유동 자금을 확보할 계획으로, 8400억원 가량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보험사들의 수익구조 전환을 위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오피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약 67조원대 운용자산(AUM)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 순자산총액은 27조원으로, 전체 부동산펀드 시장에서 14.5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생보사들은 본업인 보험 외에 대체투자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이번 이지스운용 인수는 자산운용 역량 강화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