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뮤지컬계도 日 IP 인기…대중은 쇼를 좋아해
내년 5월 10일까지 디큐브링크아트센터서
《리뷰》
데스노트 / 오디컴퍼니·논 레플리카 / 165분 / 9일 공연 / 디큐브링크아트센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최근 국내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제치고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것이 증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유행하며, 극장판의 전초전인 TV 시리즈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화가 TV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작되고, 이어 영화 부문에서도 뛰어난 작화 및 연출이 가미돼 해당 지식재산권이하 IP에 또 한 번 팬덤이 유입되는 식이다.
지난달 21일 본 공연이 시작된 뮤지컬 ‘데스노트’도 이런 미디어 믹스의 흐름 아래 탄생된 작품이다.
원작은 2004년부터 약 2년간 연재된 오바 츠구미, 오바타 타케시의 동명 만화 ‘데스노트’다. 오디컴퍼니가 2022년 삼연부터 제작을 맡고, 논 레플리카 버전의 새 프로덕션을 국내 무대에 올렸다. 결과는 대성공. 연장과 앙코르 공연, 지방 투어를 포함해 단일 시즌 누적 관객수 37만명을 기록하며 ‘데스노트’의 IP 파워를 재입증했다.
―우연히 주운 데스노트. 이곳에 이름을 적으면 40초 후 그 사람이 죽는다. 천재 고교생 라이토임규형 분는 그가 직접 악을 심판하겠다는 신념에 사로잡히고, 사람들도 그를 ‘키라’라 부르며 신으로 추앙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에서 범죄자가 연이어 사망하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명탐정 L탕준상 분을 투입한다. 서로 간 치열하게 맞서는 두 천재. 여기에 사신 류크임정모 분와 렘장은아 분, 다른 데스노트의 주인 미사최서연 분까지 얽히면서 추리전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는데⋯.―
이번 네 번째 시즌은 홍광호, 김준수, 강홍석 등 전前 시즌 스타 배우들이 빠지고 출연진이 전면 교체됐다. 그러나 논 레플리카 ‘데스노트’만의 긴장감은 아직 건재하다.
우선 무대 전체를 1380장의 발광다이오드이하 LED 장치로 채워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주인공 라이토가 데스노트에 그가 죽이고자 하는 인물의 이름을 필기하듯, 무대에 수많은 획이 그어진다. 선은 면을 만들고, 면과 면이 만나 공간이 창조된다.
등장인물이 문을 열고 안에 뛰어 들어가자 LED 배경 역시 함께 움직여 그 양상이 마치 가상현실VR 체험과 같다. 1층 700석, 2층 500석, 총 1200명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시각적 환상이다.
다만 원작의 두뇌 싸움을 재현하기에 165분인터미션 20분 포함의 공연 시간이 다소 짧게 느껴지고, 그 결과 개인이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는 득과 실을 따지는 것에만 온 내용이 쏠리는 아쉬움이 있다. 논 레플리카 프로덕션을 주도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의 결정으로, 템포가 처지는 부분은 과감히 자르고 대신 속도감을 더했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이로 증명되는 것은 현재 대중이 뮤지컬에 원하는 것은 화려함과 속도감 그리고 적당한 공감이 있는 ‘쇼Show’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 덕분에 놀이공원 레이저쇼에 버금가는 LED 연출에 눈이 즐겁고, 배우들의 절창과 열연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몸이 들썩들썩 이를 주체하기 힘들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